법정의 「의식화」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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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법이 폭력적이지 않는한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발전의 밑거름이요, 대학인의 고유권한이기도 합니다. 피고인들의 현실비판의식을 불법 또는 부도덕한 것으로 볼수 있습니까』 『피고인들의 성향을 표시하기 위한 것일뿐 「용공의식화」라는 말은 쓰지 않았습니다. 불법성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것입니다』
지난달31일하오 서울형사지법 대법정에서 열린 미문화원농성사건 관련 연대생 4명에 대한 공판에서는 공소장에 적힌 「현실비판의식」이라는 용어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측이 치열한 「의식화」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은 공소사실중 「독서토론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왜곡된 현실비판의식을 갖게 되어」 「한국농촌현실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된후 선배의 지도로 의식화수련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갖게 된후 현실비판서적을 탐독하면서 왜곡된 반정부의식을 형성하고」라는 표현에 변호인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검찰신문에 4명의 피고인이 묵비권을 행사한뒤 변호인단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학생들이 무얼했길래 의식화냐』『피고인들에게 사용한「의식화」라는 말이 반국가적인 것인지, 반정부적인것인지 분명히하라』고 변호인들은 따졌다. 『현실의 모든 모순점들을 인식, 이를 검증하는 행위가 「의식화」며 사회현실적 의식화가 공산주의적 의식화와는 다르다』고 검찰측은 설명했다.
무더운 법정안 설전은 평행선으로 끝났다.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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