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 대의원들에 수시로 전략지시|이 총재, 투표결과 알리자 한때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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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전당대회는 1일 예정보다 20분 늦은 9시 20분에 시작했고 총재투표는 10시에 시작.
개회직전 이민우총재는 대의원들의 기립박수 속에 입장, 주류측 부총재후보 3명과 함께 등단해 손을 맞잡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대의원들에게 답례.
이날 대회장에는 개회 2시간 전인 상오 7시부터 대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 상오 9시에는 1, 2, 3층 좌석이 거의 메워졌다.
이총재는 이날 아침 개회 1시간전 대회장에 도착, 귀빈실에서 함께 출마한 이중재·최형우·양정직 부총재후보와 만나 『꿈 잘 꾸었느냐』는 농담을 주고받는등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기.
이 총재는 『민주주의는 한 표가 중요한 것』이라며 『지더라도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강조.
이철승·신도환 의원은 총재후보자인 김재광 의원과 맨 앞줄에 앉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상호 전략을 세우는 모습.
이 둘은 중간중간 김수한·노승환 부총재 등 자파대의원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하는 모습도 보여 시종 긴장된 분위기.
○…이날 아침 6시 30분부터 대회장인 세종문화회관 별관 앞에는 1백여명의 이민우 총재·김재광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서로 피켓을 손에 들고 기세를 올렸다.
이 총재측은 「국민에게 희망을, 동지에게 결속을」이라는 표어와 이 총재의 인물사진이 함께 든 피켓을 손에 들고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는데 반해 김후보측은 3개의 애드벌룬까지 동원하고 『김재광』 『김재광』을 외치는 등 열띤 분위기.
이날 대의원들은 대회장 입구에서부터 조직요원들의 대의원 확인 과정을 여러차례 받아가며 입장했는데 대회장에는 「총선 민의 수렴하여 군사통치 끝장내자」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있고 전두환 대통령과 김영삼씨가 보낸 화환이 단상에 나란히 놓였다.
○…송원영 전당대회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리당에 대한 언론보도는 마치 우리가 당권투쟁에만 전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나 전당대회는 누가 우리의 제1목표인 개헌을 가장 효과적으로 성취시킬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자리』라며 『이 장소를 대결의 장이 아닌 해결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분이 유감 없는 한표의 행사를 부탁한다』고 당부.
이어 이민우 총재는 전국 92개 지구당에서 각 2명씩 선출한 1백 84명의 유공당원에게 시상을 한뒤 치사를 통해 『정치공작에 따른 이간과 분열책을 극복하고 민주개헌추진세력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달라』고 역설.
이 총재는 또 『민주쟁취를 주장하다 먼저 간 애국인사와 사람대접을 요구하다 투옥된 노동자, 생산비도 못되는 농사를 묵묵히 지어 가는 농민의 서러움과 분노를 씻어주기 위한 대회가 되어야겠다』고 강조.
한편 주류·비주류 참모들은 총재선출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삼삼오오 모여 득표운동 및 부총재 선출을 위한 전략회의를 갖는 등 부산한 움직임.
○…2시간 여의 투표가 끝난 후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백중 하다』는 소식이 개표소 주변에서 나돌기 시작하자 점차 대회장은 이변이라는 듯 술렁거리는 분위기.
30여분에 걸친 개표결과 4백 71표대 3백 54표라는 결과가 나와 발표직전 개표위원들이 좌파 보스들에게 결과를 알려주자 민추측은 순식간에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고, 비민추측은 비록 졌으면서도 밝은 표정이어서 대조.
맨 앞줄에 앉아있던 조연하 부총재·김동영 총무등은 『최소한 5백표는 나왔어야되는데…』 『큰일났다. 부총재 투표전에 비상대책을 세우자』고 일그러진 표정들이었으나 기자들이 몰려들자 『역시 민주주의 아니냐』 『이만하면 됐다』라고 자위하곤 좀체 입을 열지 않은 채 침울한 분위기.
귀빈실에서 대기하다 개표결과를 보고 받은 이 총재는 한동안 말을 잃고 허탈한 표정.
곧이어 김동영 총무가 귀빈실로 달려와 『죄송합니다』고 미안한 표정을 짓자 『괜찮아』라고 애써 담담한 모습.
○…당선 확정 발표 직후 이 총재는 단상에 올라가 맨 앞줄에 앉아있던 경선자 김재광의원의 손을 억지로 끌어올리자 장내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와 『와』하는 함성, 『역시 민주주의다』라는 고함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이어 두사람은 손을 함께 잡아 높이 쳐들고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했으며 함께 포옹하기도해 대의원들의 박수와 함성, 『멋지다』라는 등의 고함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주류측 참모들은 예상보다 이총재의 표가 적게 나온데 대해 『너무 안이했다』라고 자기 비판적 분석.
이 총재추대위원장인 조연하 부총재는 『두 김씨의 힘만 믿고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결과』라고 말하고 『대의원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득표활동을 벌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영향을 주는 것인지 이번에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분석.
이중재 의원은 『반발표 중에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표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으나 한 참모는 『이것이 실세다. 다소 조직상의 차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당내 비주류측의 세력도 이만큼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
또 다른 참모는 『성격적으로나 조직상 합치될 수 없는 양측이 연합함으로써 손발이 맞지 않은 결과』라고도 풀이.
○…투표결과에 대해 김재광씨는 『민주주의가 이겼고 나는 승리했다』며 『이 당에도 장외정치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순종치 않는 비판세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고 첫 소감을 피력.
이철승씨는 『당이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이라며 『이는 악조건 속에서 김재광씨가 출마를 결심한때문에 얻은 결과이며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역사적인 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
김·이씨는 또 『우리가 45.6%나 득표한 점을 주류측은 깊이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역설.
김재광씨는 이총재의 수락연설이 끝난 뒤 인사말을 통해 『우리 당은 살았다. 오늘의 이 승리는 당내민주주의의 승리이며 대의원 여러분의 권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두고 『지고도 이겼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다수.
○…이민우 총재는 총재수락연설서두에 『김재광 의원이 근소한 표차로 탈락됐지만 우리 당에 김 의원과 같은 훌륭한 동지가 있기 때문에 이 나라 민주회복의 전망이 밝은 것』이라면서 김의원에게 더욱 정진, 노력해 달라고 부탁해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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