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타결 이후" 신민의 판세변화 | 비민추 몫 부총재배분이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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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김영삼씨가 신민당을 민추협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집념에서 돌연 후퇴, 비민추와의 공존을 인정함으로써 신민당전당대회의 양상과 금후 신민당내 세력판도는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두 김씨의 갑작스런 입장선회가 고육지계였든, 아니면 신민당의 단합과 원만한 전당대회를 위한 대승적 양보였든 간에 이로써 전당대회가 민추·비민추의 가파른 대결을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두 김씨의 결정은 일단 「용단」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신민당내 다수의견이다.
이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이민우·김재광씨간의 표 대결보다는 민추로부터 보장받은 지분 50%를 비민추 진영이 어떻게 조정·소화할 것인가에 더 쏠리고 있다.
비민추의 총재후보로 나서 김재광씨는 사정변경 후에도 여전히 경선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김대중씨 쪽의 사퇴종용을 거부해왔고 민추측의 공존제의로 대세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수는 김씨가 전당대회직전 또는 전당대회석상에서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민추의 공존선언으로 비민추연합의 경선 의미가 변질됐다는 점이다.
사실 비민추연합은 함께 용해되기 어려운 이질적 세력들이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으로 일시적 단합을 한 것 일뿐 50대 50의 지분을 보장받는 순간 와해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근 고양된 비민추의 「소리」가 조직이나 세에 바탕을 두었다기보다는 두 김씨의 독식논리에 대한 반발이 증폭역할을 한 것이라고 본다면 두 김씨의 후퇴는 민추대의원들의 이탈 표를 자연 극소화시킬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김재광 씨로서는 승산 없는 당권도전으로 많은 것을 잃는 것보다는 비민추의 지분분배에 참여, 계파의 이익을 살리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비민추측이 민추로부터 제의 받은 3대 3의 부총재 몫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가 전당대회의 모양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비민추의 내부사정을 보면 부총재 인선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철승씨 밑에는 김수한·송원영·김옥선씨 등 3명이 점지를 기다렸는데 이씨는 김씨로 확정했고, 김재광씨는 노승환씨, 이기택·신도환씨는 본인이 부총재 희망자들이다.
이중 민추·비민추 공존선언으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이기택씨다. 이씨는 창당당시 비민추 케이스로 부총재를 맡았으나 이번에 이민우 총재를 지지했고 두 김씨와 긴밀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씨는 민추·비민추가 3대 3으로 양분된 지금 비민추 몫에서 부총재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철승·김재광·신도환씨는 그가 「이탈자」라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두 김씨가 이기택씨를 살리려면 부총재비율을 민추대 비민추 3대4로 해야한다는 주장을 비민추가 공공연히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철승씨만은 『아무리 미워도 실세가 있는 사람에게는 밥그릇을 나눠줄 용의가 있다』며 이기택씨의 힘을 인정하고 있으나 자신의 이해와 상충되는 김재광·신도환씨는 강도 높은 반대를 하고 있다.
두 김씨의 양보로 당헌개정은 사실상 타결이 되었지만 비민추가 부총재 후보조정에 실패할 경우 부총재 경선은 불가피하며 김옥선·유한열씨는 어떤 제약이 오더라도 경선에 나서겠다는 각오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비민추가 순조롭게 부총재후보 3명을 결정하면 이미 동교·상도동이 지명한 3명과 더불어 양진영은 축제분위기에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두 김씨의 결심 이후 동교·상도동계의 전당대회에 임하는 자세는 한결 가벼워졌다.
이번에 당헌개정 곡절을 겪은 두 김씨는 신민당과 자신들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려하고 있으며 두 김씨의 현실진단과 인식변화는 정국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김씨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가급적 신민당에 간섭하지 않고 비민추 인사들과도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이민우 총재는 차제에 설 땅을 넓혀 당 운영에 보다 독자성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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