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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싱그러운 파도에 시심띄우며 오순도순|서해안 몽산포서 열린 『심상』지주최 「해변시인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숨은 반달이 어질게 내미는/쉬퐁치마폭이다/물구나무 서서 들어가도/알 수없는 깊이/강물이 다하지 못한/말씀들의 무덤이다/…/오오 바다/영원을보는가/무한으로 치면/연잎위에 궁그는 한갖 이슬이다」 -
김광림시인의 시 『바다』.
바다는 푸르고 해풍은 싱그러웠다.
해변시인학교의 깃발을 든1백70명의 젊은이들이 해변에 모였다. 많은 시인들도 이들과 함께 나왔다.
시인과 시를 사랑하는 젊은 독자들은 만난지 이제 얼마되지 않았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해 친근한 모습이었다. 『풍덩』 -시인과 독자가 함께 물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또 한때는 바닷가에 둥글게 앉아 시인과 독자가 대화를 나누었다. 시인은 자작시를 낭송하며 바닷바람에 흩어지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전문지 『심상』이 해마다 마련하고 있는 「해변시인학교」는 올해로 7회째. 속초·포항등지에서 열리다 올해는 서해안 몽산포에서 만남의 자리를 열었다.
구상 김남조 정한모 성춘복 황금찬 김광림씨등 원로·중진과 이탄 이근배 신달자 박현태 정진규 김재현씨등 시인 1백여명이 참석했다. 지방시인들도 군산의 이병훈, 부산의 차한수,대전의 신협, 대구의 권기호, 천안의 김명배씨등이 나왔다.
독자들은 여대생·회사원·가정주부등 다양한 계층이 모였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하는 75세된 할아버지도 있었다.
시와 낭만이 있는 해변의 모임은 밤에 더 열기를 띠었다.
시인 구상씨가 주제강연을 하고 시인과 독자는반을 갈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몽산포 남면 국민학교. 캠프가 차려진 이곳에는 마침 정전이 되어 희미한 촛불을 마주하고 앉아 시를 이야기했다. 일부는 운동장에 나가 둥글게 앉았다. 그 모습만으로도 낭만이 그득했다. 「어떻게 해서 한편의 시가 탄생하는지」, 「요즈음의 시의 경향은 어떠한지」 독자들의 질문은 진지했다.
장하영양(21·신흥탱크공업사근무) 은 『시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맑은 정신이 깃들어있다고 봅니다. 한이 많은사람은 한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아름다운시를 쓴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하면서 시를써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으나 어떻게 시가 쓰여지는지를 몰라 시인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영규씨 (28·의류판매상)는 『소월시를 좋아한다』면서 『막상 시를 써보려하면 구상이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독자들은 글을 통해 보던 시인을 직접만나 그들과 호흡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시인들도 미지의 독자를 직접 대하는것은 즐거움이었다.
이탄씨는 『나의 시를 읽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직접 만나 알고나서 시를 쓰는 책무를 더 깊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시인과 독자의 만남은 시만이 아니라 각자의 생의만남이었다. 생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가느냐하는 물음이 그들의 대화에 꼭 따라다녔다. 이들은 생활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잊혀져왔던 생의 의미들을 깊은밤의 그윽한 대화에서 찾아내려 애쓴다.
한시인은 『우리 시인은 사물과 사건이 주는 느낌을 끊임없이 모아 시로 표현합니다』고 말하면서 생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돌아보는데서 더 깊은 의미를얻어낼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조씨는 『과학기술은 첨단을 달리는데 영적인 면에서 첨단에 나가야하는 시가 얼마만큼 앞서가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반성하기도 했다.
딱딱한 문학이론 보다는 시인의 개인적 체험과 시인들의 시를 육성으로 들으면서 시와 독자는 한결가까와진 것같았다. 누구나노력하면 시인이 될수 있고 무엇보다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모두가가져야한다는 분위기가 모두에게 생겨나는 밤이었다.
강연과 시창작교실·시극경연대회·가족소그룹토의·특기경연대회등 시인학교는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독자와의 만남이 끝난후 숙소로 마련된 교실에 들어온 한시인은 『시심이 있으므로해서 우리사회는 맑아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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