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재 사고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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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주말 홍도에서 유람선이 침몰,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청평호에서 나룻배가 뒤집힌 사고를 본지 20여일만이다.
우리 나라 대형사고의 특징은 같은 유형의 사고가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과 사고가 저질러져도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더구나 무슨 큰 사고가 나면 관계당국은 그럴듯한 사고근?대책을 내놓기는 하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점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사고원인의 대부분이 천재가 아닌 인재에 있다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사고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관계책임자를 엄하게 다스리고 재발방지에 노력하는 것이 도리다.
이번 사고에서도 문제의 선박이 화물과 승객을 옮겨주는 종박에 불과한데도 홍도를 일주하는 유람선으로 둔갑했고 정원보다 2배나 실은 데다 운항시간도 어겼다. 또 만약의 사고에 대배해 구명대도 제대로 비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전기도 없었다.
기관고장을 일으켰던 이 선박은 불과 2개월 전에 관계당국으로부터 「이상무」의 검수까지 받았었다.
선장이 무자격에 하반신불구자로 선박검사기간을 훨씬 넘겨 운항하다 참사를 빚었던 청평호침목사고와 크게 다를바 없다.
이번 사고에 이러 남해안을 현지르포한 TV방송을 보면 같은 사고가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피서객들이 갑자기 늘어나자 어선을 유람선으로 개조해 멋대로 운항하고 있으며 정원은 아예 없어 승객이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모습드리 ?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사고가 언제쯤 일어나느냐만 문제일 뿐이다.
감독관청은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지 알수없다. 이런 행정부재현상은 도처에서 볼수 있는 것이다.
행정관계의 존재의식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 사회의 안영과 존재유지에 있다. 국민이 안심하고 행복을 누리고 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애써 번 돈을 아낌없이 세금으로 내는 것은 정부로부터 국방과 외교, 치안과 행정이 서비스를 반대급부로 제공받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점검과 감독만 제대로 하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들이 반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참사의 결과는 희생자는 물론 희생자 가족과 이웃들의 형언키 어려운 북행을 초래하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빚어낸다.
더구나 미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인재사고의 빈발은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들수 없을 수치스러움까지 빚게 한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단순히 업자와 선장의 잘못으로만 보지 말고 이 같은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가려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고방지를 위한 완벽한 대책을 세워 철저히 시행하고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사후대책도 유감없도록 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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