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실세 카리스마형, 이병기는 정무·소통형…이원종은 뒷바라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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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세 카리스마형’, 이병기 전 실장이 ‘정무·소통형’이었다면 신임 이원종 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의 비서실장 평가

이원종(74)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로 임명 열흘째를 맞았다. 신임 이 실장에 대해선 ‘전형적인 뒷바라지형’이라는 평이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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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이 실장은 취임하자마자 수석실별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실장이 참모들에게 강조한 말은 “비서는 소리도 내고 다니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비서는 입이 없다”고 늘 강조했던 김기춘 전 실장과 스타일이 닮았다. 실제 이 실장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외부와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이병기 전 실장이 취임 후 사흘 만에 국회를 찾은 것과 달리 아직 여야 지도부 방문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

그렇다고 소통을 경시하는 건 아니다. 이 실장은 업무보고에서 “아래로도, 위로도, 옆으로도 (정보와 업무) 공유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인사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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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비서실 직원 얘기도 잘 듣는 편이라고 한다. 이 실장은 자서전(『인생 네 멋대로 그려라. 리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에 “귀를 열고 듣는 것은 리더의 의무인 동시에 비밀스러운 무기가 돼야 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지도자가 애로사항을 열심히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위로를 받고 절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적었다.

이 실장은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자신이 임명된 것이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이후란 점을 의식한 듯 “시련을 잘 이겨내면 더 성숙해진다. 국가 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모신다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알고, 열심히 긍정적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서울시장과 세 차례 충북도지사 등을 역임한 이 실장답게 업무 적응 속도는 매우 빠르다는 말을 듣는다.

한 참모는 “이 실장은 ‘어떻게 하면 박 대통령이 편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조용히 뒷받침하는 데 몰두하는 것 같다”며 “업무 파악이 끝나면 ‘행정형’ ‘관리형’ 실장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일의 맥락을 알고 핵심을 찌르는 스타일”이라며 “회의 때 보면 성격도 예상보다 밝다”고 말했다. 이 참모는 “회의 중에 이 실장이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는데, 그다지 재미가 있는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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