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자 같은 스윙하는 괴력의 쭈타누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프로골퍼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은 괴력의 소유자다. 쩍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하체는 유럽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53·잉글랜드)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한다. 2003년 한국오픈에서 성(性)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데이비스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20승, 유럽 투어 최다승인 45승을 거둔 전설의 골퍼다.

쭈타누깐은 드라이버로 285야드를 보냈던 데이비스보다 샷거리가 더 긴 장타자다. 2013년 당시 측정한 스윙 스피드가 105~110마일(169~177km)이나 된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의 평균 스윙 스피드가 112마일(180km)인 것을 감안하면 쭈타누깐은 남자 프로 버금가는 스윙을 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면 300야드도 날려보낼 수 있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270야드를 넘나드는 김세영(23·미래에셋)은 “쭈타누깐이 나보다 30야드는 더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쭈타누깐은 드라이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드라이버 입스(공포증)로 고생했기 때문에 주로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다. 그럼에도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67.83야드나 된다.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22)은 “동생은 2번 아이언으로도 내 드라이버 거리만큼 공을 날려보낸다”고 부러워했다.

쭈타누깐이 23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킹스밀 리조트에서 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JTBC에서 최종 14언더파로 호주동포 오수현(20·13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쭈타누깐은 3라운드에서 드라이브샷 거리 280.5야드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힘을 바탕으로 리디아 고(19·캘러웨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2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쭈타누깐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 포나농 팻럼(27 태국)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그는 15번 홀(파5)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하고도 드라이버를 사용한 동반자보다 30야드나 공을 더 멀리 보냈다. 1타 차 선두였던 그는 이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차로 달아났다.
대회 때 마다 막판에 급격히 흔들렸던 쭈타누깐이지만 이날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 그린을 놓친 뒤 까다로운 칩샷을 핀 1.5m 옆에 붙여 파세이브를 했다. 쭈타누깐은 “마지막 홀 퍼트 때 손이 살짝 떨리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쭈타누깐의 세계랭킹은 21위에서 13위로 뛰었다. 태국 선수 중 올림픽 랭킹이 가장 높아 리우 올림픽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장타자 쭈타누깐은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그는 최근 2개 대회에서 한 번도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 80.3%, 그린 적중률 77.7%로 롱게임과 쇼트게임 모두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전인지는 8언더파로 유소연(26·하나금융)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랐다. 김세영이 12언더파 공동 3위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