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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중정국에 "강경찬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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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국에 강력 대응한다는 정부·여당의 일련의 강공책에 밀려 그 동안 조심스럽게 모색돼온 단독국회의 타개책이 무산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2·12선거 후 몇 달 동안 수세의 인상이 역력하던 정부 여당은 최근 들어 김대중씨에 대한 강경방침통보, 경찰의 대학진입,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표위원의 강한 호헌의지표명, 법무장관의 돌연한 경질, 삼민투위사건수사발표 등을 잇따라 단행함으로써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한 느낌을 주고있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강력대용의지는 국회문제에서도 마침내 표면화되어 그 동안 여야총무간에 성사될 분위기가 조성되던 단독국회 조기폐회→여야공동소집의 정상화방안도 벽에 부닥치고만 것 같다.
정부 여당의 이런 경화자세는 두 김씨가 예고한 이른바「가을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대국을 선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을정국의 가장 큰 쟁점이 개헌문제라고 보면 개헌 전초전이 벌써 벌어진 것이라고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읽어보면 임시국회에 대한 민정당의 협상여지는 아주 좁을 수밖에 없고 신민당이 단독 소집한 제126회 임시국회의 파행상태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타개책을 찾아낼 것 같았던 여야의 자세는 단독 소집으로 치닫던 때의 빡빡한 입장으로 되돌아 가버렸고 따라서 의사일정이 없어 자동유회되는 국회의 공전사태는 타개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형의 잠력과 같은 것이 협상분위기를 무겁게 죄어오는 듯한 분위기다. 그와 같은 중압감은 18일 삼민투 중간수사발표, 김상현씨의 민주대학폐쇄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과 때를 같이해 보다 뚜렷이 감지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애당초 민정당과 신민당의 국회소집협상이 결렬됐을 때 민정당측의 기본대책은「7월 국회불가」였다.
그러나 단독국회가 소집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회기를 결정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국회 회기가 자동적으로 임시국회회기의 상한선인 30일로 되고 따라서 중간에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7월15일부터 8월13일까지 국회가 계속되다가 자동폐회 될 형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국회의 연중회기상한(1백50일)에 걸려 금년에는 임시국회를 열래야 열 수가 없다.
「민생」문제로 국회를 열겠다고 했던 민정당이 그 약속을 지키자면 이번 국회를 회기30일이 다가기전에 짧게 끝내고 127회 임시국회를 새로 소집하거나, 아니면 회기 중 중도합유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게된 것이다.
이런 사정 외에도 단독국회로 인한 정국경색은 가급적 피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정상화방안을 모색하는 협상의 소지는 있었던 것이다.
이재형 국회의장이 귀국보고차 청와대에 다녀오는 것을 계기로 민정당안에 협상분위기가 성숙됐고 총무단에 위임한 협상의 재량권은 상당히 넓은 것으로 시사됐다.
여야가 서로 체면을 차릴 수 있는 협상방안들이 검토됐는데 그 큰 줄기는 △신민당은 회기를 가급적 단축하는데 동의하고△대신 민정당은 7월중에 국회를 공동 소집하는 선으로 물러선다는 것이었다. 특히 남북국회회담이라는 명분을 잡아 남북예비접촉이 있는 23일전에 국회를 끝낸 후 25일 께 공동 소집한다는 일정까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난점은 민정당이 참여해서 2∼3일대정부 질문 같은 것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신민당측 요구를 충족시키는 문제였다.
민정당측도『회기를 중도에서 끝내려면 어차피 들어가기는 들어가야 한다』고 들어갈 구실을 찾는 것 같았다.
특히 이종찬총무 등 민정당측의 온건협상론자들은 마지막으로 이 카드를 여권내에 세일즈하는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께부터 집권층내부에 확고한 흐름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강경론은 막바지순간에 이를 일축해버린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전반적인 강경무드가 지배하는 가운데 국회만이 예외일수는 없었을 것이다.
17일까지만 해도『상당한 노력을 벌일 것』을 다짐했던 이종찬 총무는 18일하오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런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7월 국회부가」를 새삼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민정당이 이런 방침아래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은△단독국회를 무조건 끝내고△8월초, 또는 그 이후 적절한 시기에 다시 국회를 공동소집하자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신민당이 이런 제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 방안은 신민당으로 하여금 단독국회의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 안는 격이 될 것이고 따라서 전전대회를 앞두고 당권도전파나 견제파로부터 흠 잡힐 짓을 피해야 하는 현 당권파인 상도동계가 도저히 선택할 수 없을 것은 뻔한 이치다.
민정당이 8월초에 그냥 합류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신민당측이 같이 참여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경색상태가 가을까지 이어질지, 잠정적이나마 다시 완화국면을 맞게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강력대응의지는 확고한 것 같고 여기에 대응하는 두 김씨등 야권의 태도 역시 물러설 기미는 적어보인다.
정국의 경색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정치의 여백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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