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에 삼성본관으로… 지하금고 속 수십조원 현금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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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6월 말 서울 남대문로 본관을 떠나 태평로 삼성본관 빌딩으로 입주한다. 한은은 본관 리모델링과 별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3년 간 이 곳을 사용하게 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전할 빌딩으로 태평로 삼성본관과 을지로 삼성화재 건물을 두고 검토한 결과 우선협상자로 삼성본관을 선정했다.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은 삼성화재 건물이 나았지만 건물 규모나 보안성 면에서 삼성본관이 낫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삼성 측과 임대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은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6월 12일 설립돼 남대문로에 자리잡았다. 전쟁으로 본점을 부산본부로 잠시 옮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 자리를 떠난 적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주변에 고층 호텔이 신축되고 있어서 보안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공사를 결정했다”며 “창립 70주년이 되는 2020년 6월 이전에 공사를 마치고 다시 남대문로로 입주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이전에 따라 현재 한은 본관과 별관 지하금고에 보관된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어디로 옮길지도 관심사다. 한은 발권국은 지하금고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지하금고에 보관 중인 수십조원의 현금은 강남본부 등 수도권 본부로 분산해 이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시중에 방출하기 전인 신권이나 회수해서 일시 보관 중인 미발행화폐다. 내년엔 대규모 현금 이송 작전이 펼쳐지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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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본관 지하금고에 금은 보관돼있지 않다. 설립 초기엔 본관 지하에 금을 보관했지만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나고 이틀 뒤인 27일 한은은 금고에 있던 금 1070kg을 긴급히 부산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과 운송수단 부족으로 옮기지 못한 금 223kg은 28일 한은 건물을 점거한 인민군 손에 넘어갔다. 당시 부산으로 무사히 후송된 금은 전쟁지간 미국 중앙은행 지하금고에 보관했다가 종전 뒤 돌려받아 특수금고가 있는 대구지점로 옮겼다. 1980년대 말부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으로 옮기기 시작해 2004년 모든 금이 영란은행으로 이전됐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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