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끝나고 한국은 미국 경제권에"|홍콩경제지 전망…90년대 우울한 무역전쟁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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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의 무역분쟁이 더욱 악화, 90년대에 가서는 세계가 미국·일본·유럽·소련 등 4개 무역영역으로 나뉘어 동일한 권역내에서만 서로 특혜 무역을 하게되리라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때 가서 한국과 대만은 일본과의 경제유대관계가 끊어지고 미국을 중심으로한 경제권내에 들어가리라는 전망이다.
파-이스턴 이커노믹 리뷰지(7월11일자)는 「무역전쟁-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라는 칼럼을 통해 현재 미·일간 또는 구주·일본간, 선진국과 제3세계간의 무역분쟁은 더욱 심화돼 결국 세계가 4개의 자급자족적인 경제블록으로 나뉘고 이른바 자유무역의 신화는 끝장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미남가주대경영대학원 국제경영교육 및 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처드·드로브닉」교수가 쓴 이 시나리오는 85∼87년사이에 세계경제여건은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채무국의 수출공세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무역장벽에 부닥칠 것이며 미·일, 일·유럽간의 무역분쟁은 더욱 심화되고 저개발국의 외채위기로 세계금융시장은 보다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기타 시나리오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이기간중 자유무역이념의 수호자로서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게된 것이지만 보다 높아지는 무역장벽, 이로 인한 저개발국의 외채상환불능, 또 그 결과로 국제상업은행의 대출자금 회수불능사태는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미칠 것이며 결국 국제무역은 거의 정지사태에 이를 것이다.
국가와 기업들은 기존 무역거래대신 물물교환형식의 바터거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같은 사태는 서로의 이해에 따라 결합의 형태로 위기를 벗어나게끔 유도할 것이다.
결국 이같은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유럽·일본은 다른 나라를 포섭,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기도를 하게되며 87년말에 미국은 다각적인 자유무역이념을 완전히 포기하고 시장제한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우선 캐나다·이스라엘·멕시코 등과 호혜관계유지를 위한 협상을 벌이며 한국·대만·사우디아라비아와도 이 같은 관계를 맺기 위한 양국협상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결국 80년대말에 경제·정치적 파국을 면키위해 각국은 경제구조를 보다 넓은 권역을 중심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나갈 것이며 거래는 그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얘기다.
세계경제는 미·일·유럽과 소련권의 블록으로 나뉘며 이 블록은 각각 사업생산·원자재, 또는 과학기술에 있어서 자급자족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물론 현재의 무역분쟁이 각국간의 이해충돌로 더욱 악화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현상황이 이 같은 가정을 충분히 현실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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