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경준 주식 대박’ 수사 없이 어물쩍 넘길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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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게임업체인 넥슨의 비상장 주식 거래로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진경준 검사장(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무부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제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이 주식취득 자금과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르게 소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이 2005년 6월 넥슨 주식 1만 주를 주당 4만2500원에 매입한 뒤 2006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했으며 액면분할을 거쳐 보유 중이던 주식 80만 주를 지난해 126억원에 전량 매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리위는 진 검사장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었는지 등에 관해선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진 검사장 의혹의 핵심은 주식취득 자금의 출처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자신의 돈으로 샀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 조사 과정에서 진 검사장은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왜 말을 바꿨는지, 자금의 정확한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4억원이 넘는 주식매입 자금을 진 검사장에게 빌려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범죄 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공직자윤리위가 징계 요청에 그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진 검사장 의혹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가 진 검사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있다. 검찰은 그동안 공직자윤리위 조사를 이유로 수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최유정·홍만표 변호사 수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속에서 진 검사장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진 검사장 의혹을 징계와 사표 수리로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조직에 더 큰 화(禍)를 불러들이는 일이다. 제식구일수록 더욱 엄정하게, 가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사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검찰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