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왕복코스 고집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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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골머리 앓게 하는 난제가 수없이 많지만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86, 88 양대회의 마라톤코스를 결정짓지 못해 딜레머에 빠져있다.
세 가지 안이 마련되었으나 초점은 서울도심 관통코스의 채택여부다.
지난달26일 조직위집행위원회의에서 나타난 대로 이영호 체육부장관겸 조직위집행위원장은 육상경기연맹 측의 의견에 대체로 동조, 지형상 레이스의 적합성, 관중동원의 용이, 수도서울의 면모홍보 등을 잇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염보현 서울시장과 박세직 총무처장관등은 교통등 치안상의 애로, 시민의 불편, 그리고 일부 취약지구의 미화와 공해감소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들어 반대했다.
이 문제는 이미 1년여에 걸친 미제사항으로서 재론된 것에 불과하지만 상이한 기관에 종사하는 집행위원들은 각자 자기의 입장에 집착한 견해를 펴는데 그쳤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직위의 한 간부는 『좌청룡 우백호 식의 풍수지리설에 얽매여 산지에 자리잡은 도읍이 올림픽 개최엔 명당이 못된다』고 푸념했고 육상연맹측은『대안이 없다』고 팔짱을 꼈다.
그러나 과연 대안이 없는가. 조직위원회나 육상계가 뜻밖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 같다.
마라톤코스는 왕복코스라는 일반적인 관념에 마냥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세 가지 안이라는 것이 모두 잠실 메인스타디움을 출발하여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지리적 여건인데 이와 같이 왕복코스로 한정해 버리니 선태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는 도심관통코스가 바람직한데 종로와 을지로통을 오가는 것으로 고집하면 필경 서울교통마비는 심각한 정도가 된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물론, 오는 8월의 일본 고오베(神戶) 유니버시아드의 경우에도 마라톤코스는 왕복이 아닌 편도코스다. 도심관통이 빚는 각종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미국인들의 합리적인 사고가 개발해낸 방식이 편도코스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출발점으로 하여 강변도로를 돌아 잠실메인스타디움에 이르는 코스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지난번 동아마라톤을 가졌던 잠실∼성남코스나 그밖의 교외순환도로를 이용할 경우 복잡한 도심의 공해를 피해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면서 최적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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