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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설현폰' '쯔위폰' 같은 통신사 전용폰 왜 만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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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Q. 휴대전화 가게를 지나다가 아이돌 이름을 붙인 저렴한 스마트폰들을 봤어요. 그런데 ‘설현폰’은 SK텔레콤에서만, ‘쯔위폰’은 LG유플러스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이동통신사에서 살 수 있어야 많이 팔릴 것 같은데 왜 통신사 한 곳에서만 판매하는 거죠?

기능 줄여 값 낮춘 스마트폰, 일종의 통신사 PB 제품이죠

| 번호이동 대신 기기변경 유도해
통신사에겐 고객 지키는 ‘효자상품’

A. 틴틴 여러분, 통신사 전용폰을 구경하셨군요. 혹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OO마트 초콜릿’ ‘OO편의점 도시락’ 같은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을 본 적 있나요? 이들 상품은 식음료 업체에서 출시한 과자·음료수보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양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PB 상품은 다른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어요. 각 유통업체가 경쟁사보다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독자적으로 선보인 제품이거든요.

우리가 통신사 전용폰이라고 부르는 휴대전화 단말기도 일종의 PB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애플의 ‘아이폰SE’, LG전자의 ‘G5’ 같이 제조업체가 만들어 유통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이동통신 3사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죠. 하지만 통신사 전용폰은 각 이동통신사가 직접 출시한 제품이기 때문에 경쟁사 대리점에서는 구할 수 없습니다. 이들 제품은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있는 대신 가격이 저렴하거나 제품의 특색이 뚜렷한 경우가 많아요.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전용폰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로 이동통신사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외부에 의뢰해 만든 제품이 있습니다. ‘설현폰’이라고 불리는 ‘루나’와 ‘쏠’은 SK텔레콤의 자체 기획 핸드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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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AOA의 가수 겸 배우 설현은 SKT의 광고 모델이기 때문에 ‘루나’와 ‘쏠’의 광고에도 출연하게 됐죠. SKT는 이 두 제품에 어떤 기능을 넣고 어떤 기능을 뺄지 직접 결정했고, 제작은 외부에 의뢰했습니다. ‘루나’는 국내 제조업체인 ‘TG앤컴퍼니’가 설계와 디자인을 맡고 아이폰을 생산하는 업체로 유명한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의 자회사 ‘팍스콘’이 만들었습니다. ‘쏠’은 중국 가전업체 TCL의 자회사인 ‘TCL알카텔’이라는 곳에서 만들었습니다.

| 중소 제조업체에 주문 제작하거나
삼성·화웨이서 따로 공급 받아

통신사의 의뢰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입니다. 이들은 대기업과 비교해 인지도가 낮고 자본력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을 대대적으로 마케팅 하기엔 힘든 상황이죠.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사와 손을 잡고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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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제조사가 한 통신사에만 물건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경우입니다. 중국 화웨이가 만든 보급형 스마트폰 ‘Y6’의 경우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를 통해서만 살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모델이었던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를 제품 광고에 모델로 기용했어요. 이 때문에 ‘Y6’는 국내에서 ‘쯔위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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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각 통신사 별로 조금씩 다른 제품을 만들어 전용폰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갤럭시A8’과 ‘갤럭시J3’는 SKT에서만, ‘갤럭시J7’은 KT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이들 스마트폰은 삼성의 최고급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보다 조금 낮은 사양의 부품을 사용해 가격이 더 쌉니다. 기능이 몇 개 빠져있기도 하죠.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출시하는 자사 전용폰은 소비자와 통신사 모두에게 장점이 있는 제품입니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대형 제조사가 만든 고급 스마트폰 광고를 많이 볼 수 있죠. 이 제품들은 가격이 80만~90만원대입니다. 요금제에 따라 통신사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틴틴 여러분에게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일 겁니다.

그런데 통신사 전용폰은 30만원대 제품이 많고, 비싸더라도 60만원 선을 넘지 않습니다. 최초 출고가가 15만4000원인 ‘Y6’의 경우 한달 2만원대 최저 요금제를 써도 지원금을 받아 공짜로 살 수 있습니다.

| 성능 비슷하고 30만~50만원 싸
10대, 40~50대가 가장 많이 구매

여러분, 혹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014년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줄 수 있는 지원금 규모를 매장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통신사가 주는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남들보다 비싼 값에 휴대전화를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드뭅니다.

그런데 단통법으로 남보다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는 사람이 줄어든 대신, 이젠 발품을 팔아도 더 싸게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게 됐어요. 정부가 업체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공시 지원금(통신사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한 지원금)이 33만원을 넘지 않도록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갤럭시S7’이나 ‘G5’ 같은 고급 스마트폰은 제일 비싼 요금제를 써야 50만원 대에 살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은 고급 스마트폰 대신 ‘가성비’ 좋은 통신사 전용폰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특히 틴틴 여러분 같은 10대 청소년들과 40~50대 중장년층이 통신사 전용폰을 많이 구매하고 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자사 전용폰이 ‘집토끼’ 고객을 지키는 ‘효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급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지원금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번호이동’도 많이 하거든요.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T는 전용폰을 많이 출시해 자사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기기변경’만 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KT와 LG유플러스도 자신들만 출시하는 전용폰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에 더해 통신사로서는 전용폰이 인기를 얻을수록 스마트폰 제조업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요.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의 경우 자사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 할지 결정한다든지, 데이터 요금 배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통신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만약 각 통신사의 전용폰이 인기를 끈다면 대형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겠죠.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31%는 10만~30만원대 제품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앞으로 각 통신사는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전용폰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이 뭔지 잘 살피고 알맞은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기대합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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