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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story] 독일인보다 연 755시간 더 일하는 한국인 근로시간 단축해서 청년층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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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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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57. 이는 2014년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다. OECD 평균인 1706시간보다 351시간, 독일 1302시간보다 755시간이나 긴 셈이니 얼마나 고단한 삶인가!

biz 칼럼

왜 이렇게 오래 일할까? 기업을 지배하는 잘못된 인식은 근로자를 더 채용하느니 초과근로를 이용하는 게 노동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상시적 구조조정 등 다양한 위험과 짧은 노동생애에 직면한 근로자는 가능할 때 최대한 근로소득을 얻고자 장시간근로를 마다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과 주 12시간 연장근로의 상한을 우회하는 다양한 적용제외를 인정하여 장시간근로를 적법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2014년)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근로자가 10%를 넘고, 37%가 연장근로를, 21%가 휴일근로를 하고 있다.

평균 근로시간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은 시간제근로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임금근로자 중 시간제근로자의 비중은 2002년 5.8%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1.6%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시간제근로는 이의 부정적 특성 때문에 근로자에게서 외면 받고, ‘장시간근로=충성’이라는 기업의 인식으로 등한시되고 있다.

장시간근로의 요인을 하나 더 들면 원활하지 못한 학교교육-노동시장 이행과정에 따른 늦은 노동시장 진입과 급속한 인구고령화에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훨씬 앞서는 노동시장 조기퇴출 관행으로 생애노동기간이 매우 짧고 이 기간 중 최대한 일을 많이 해야만 그나마 노후가 담보된다는 현실이다.

현 정부는 2013년 6월 일자리가 국민행복의 전제조건이며 인구고령화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라는 인식 하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4개 전략을 골자로 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생애노동의 관점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합리적인 선택도 필요

‘일하는 방식과 근로시간 개혁’ 전략에서는 장시간근로의 해소와 유연근로의 확산이 일가정 양립과 문화 소비, 내수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이러한 기조는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사회적 대타협’에서도 다시 확인된 바 있다.

과감한 근로문화의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장시간근로의 해소와 양질의 시간선택제의 활성화를 통한 근로시간의 단축은 그 핵심방안 중 하나이다.

현재 노동개혁 입법의 하나로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같이 주말근로의 연장근로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 등 다양한 적용 제외의 해소 등 제도 개선으로 장시간근로의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시간선택제의 활성화를 위해 이의 부정적 특성을 해소하는 법제도의 보완과 더불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의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정년연장으로 생애노동기간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 생애노동의 관점에서 한 시점에서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합리적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특히 학교교육-노동시장 이행과정에 있는 청년층이 N포세대라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정부와 학교 및 기업은 투자의 시각에서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전폭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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