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소유권 문제 본격 거론|한·미 경협회의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례적으로 진행되어온 한미 경제협의회는「협의회」라는 성격상 상정된 문제를 매듭 짓기보다는 서로간의 견해를 교환하는 모임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한미간에 어떤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구속력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많았다. 이번 회의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지적소유권 문제가 처음으로 실무자간에 정식 의제로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공업소유권·특허권·저작권 등을 포함하는 지적소유권 문제는 한국정부가 이미 인정해야된다는 원칙은 세워놓고 있지만 미국 측은 그 시기를 한국이 계획하고 있는 것보다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이 지적소유권과 연관시켜 압력을 넣는 분야는 특혜관세제도(GSP). 미 하원은 86년 7월쯤 현행 GST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게 되는데 이때 대상국의 시장 개방정도에 따라 이른바 호혜원칙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측은 지적했다.
동시에 미국 측은 자신의 무역적자 누증과 의회내의 보호주의 압력을 내세워 한국의 금융시장 및 상품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측이 동원한 압력수단은 이른바 통상법 301조 A항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교역상대국이 미국에 대해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고 미국이 판정하면 보복을 취할 수 있게 84년에 새 법을 만들었다.
예컨대 공업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미국은 신발류에 대해 현행 규제에 추가해서 보복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조항은 물론 상무성의 건의에 따라 대통령이 행사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노골적인 무역전갱이 일어나기 전에는 남용할 가능성이 적지만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측은 이번에 이 조항이 GATT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이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유터」신임 미 통상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일제 공세를 취할 계획이라는 풍문이 나도는 가운데 열린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어쨌든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 측은 종래의 대한 개방압력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특히 컴퓨터·담배·농산물에 대한 한국 측의「성의부족」 노골적으로 지적했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 주요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제3국과의 합작가능성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등이 주목을 끈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