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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메이저 업체와 손잡은 한진해운…회생 항로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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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진해운이 독일·일본·대만 해운사들과 13일 ‘THE 얼라이언스’ 동맹을 맺기로 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숨통이 트이게 됐다. 국제 해운업은 10여 개의 ‘메이저 업체’들이 서로 동맹을 맺은 뒤 항로를 나누고 컨테이너 화물을 운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맹 참여 여부가 생존을 좌우하는 것이다.

항로·화물 공유하는 해운동맹
지난달 새 동맹 생기며 헤쳐모여
한진, 대만 등과 물밑작업 성과
현대상선, 내달 채무조정이 관건
“재무 개선 땐 9월 제3동맹 합류”

특히 지난달 20일 업계 3위인 프랑스 CMA-CGM이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와 손잡고 ‘오션’이란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면서 대대적인 업계 재편을 예고했다. 당초 중국 코스코는 한진해운, 일본 K라인, 대만 양밍 등과 함께 ‘CKYHE’ 동맹에 속했다. 하지만 코스코가 이를 이탈하면서 대형 파트너를 잃은 나머지 업체들도 새 짝을 찾아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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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동맹 결성 과정에서 조양호 그룹 회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불황에 따라 동맹 재편이 이뤄질 걸로 보고 이미 2014년 7월 대만 양밍의 프랭크 루 회장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컨테이너 해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박스 클럽(Box Club)’ 회의에 두 차례 참석해 주요 동맹사 관계자들도 만났다.

반면 현대상선은 이번 ‘제3 해운동맹’ 결성에서 빠졌다. 원래 현대상선은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이번에 새로운 체제를 결성하면서 한진해운과 먼저 손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본다. 현대상선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빚이 4조8000억원가량 쌓여 있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해운사 선박엔 대부분 저당권이 설정돼 있고, 채무를 갚지 못하면 선박을 압류당한다”며 “이 경우 동맹 전체의 영업이 멈춰버릴 가능성이 커서 재무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이번 ‘THE 얼라이언스’ 동맹에서 일본의 NYK·MOL·K-라인 등이 포함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지리적으로 한국 항구와 경쟁관계인 일본 대형 해운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국내 항만·물류업계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현대상선이 ‘THE 얼라이언스’ 동맹에서 최종적으로 빠진 건 아니다.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가 유보된 것일 뿐”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에 따라 편입 여부가 결정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시간은 충분하다. 화물 운송 주문이 많은 미국의 연방해사위원회(FMC)가 오는 9월께 ‘THE 얼라이언스’ 동맹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입장에선 이달 안에 선주들과 선박 임대료(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1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을 이뤄내는 게 관건이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대인 현대상선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대폭 개선돼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면 동맹 편입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산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희철·임채연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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