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운행시간.좁은도로 쫓기기만하는 시내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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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불안하다. 운전사구인난으로 대부분 시내버스회사들이 운전자질이 떨어지는 운전사를 상당수 고용한채 그나마도 숫자가 부족,하루2교대는커녕 격일근무조차 제대로 못지키고 하루 17∼19시간씩 무리한 근무를 강행하고 있다.
20일 잠실대교 남쪽끝에서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한 버스사고는 이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이 겹쳐 발생한 사건.

<인력난> 서울의 하루 시내버스 운행댓수는 모두 8천3백31대. 운전기사는 모두 1만6천7백명으로 노사협의에 따른 2교대 근무를 위해 필요한 숫자 1만8천3백여명에 비하면 1천6백여명이 부족한 실정. 그러나 실제로는 휴가,질병,사고등의 원인으로 이들중 상당수가 빠지게되어 훨씬 더많은 숫자가 부족해 대부분의 회사들은 하루 17∼19시간씩 격일제근무를 시키고 있으며 그나마 일부는 3일에 이틀씩 근무하기도해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게다가 최근 안내양도 모자라 자율버스가 늘어나면서 운전사의 업무는 그만큼 과중해졌다.

<자질부족> 버스운전사가 취업하려면 인력개발연구소의 버스운전기사 정밀적성검사에서 적격판정을 받아야한다. 판정등급은 A,B,C,D,E로 되어있으며 C등급은 「플러스C」「C」「마이너스 C」등 3가지로 세분한 모두 7등급.
이중 「마이너스 C」이상만 취업적격이고 D.E는 부적격판정을 받는다.
인력개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시내버스를 포함한 일반버스운전사의 경우 54.4%가 취업커트라인인 「마이너스C」등급에 몰려있다.(84년통계)
20일 사고를 낸 운전사 강대규씨도 마이너스 C등급. 강씨의 정밀적성검사 판정표에는 ▲위기나 긴박한 사태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잘안되고▲운전중 주의력 배분이 제대로 안되며▲당황하기 쉽고▲주의집중이 잘안돼 실수하기 쉬우며▲남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면 규칙은 어기기 쉽다고 쓰여있어 마치 사고를 예상한 인상

<무리한 운행> 이번사고에서 회사측의 무리한 운행시간배정에 따른 과속, 갑작스런 병목현상등 도로의 악조건등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운전사 강씨는 이날 두 번째 운행에서 회사규정시간보다 10분을 초과했다가 이를 만회하기위해 규정속도의 2배인 시속 1백km로 달리던중 사고를 낸 것.
시간초과는 운전사 개인부담으로 벌금을 내기 때문에 무리한 운행이 어쩔수 없다는게 운전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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