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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지능의 13세 소녀, 성폭행 아닌 '자발적 성매매'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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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일보]

지적장애를 가진 13세 소녀가 성폭행을 당했으나 ‘자발적 성매매’를 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13일 오전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가출을 하고 성폭행을 당한 13세 소녀 A양의 사연이 소개됐다. A양은 IQ가 67~70으로 지적능력이 7세 수준이었다.

A양의 어머니에 따르면 A양은 핸드폰 액정을 깨뜨리자 엄마에게 혼날까봐 두려워 집을 나왔다. 머물 곳이 없었던 A양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재워줄 사람 구한다’는 채팅방을 만들었다.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딸이 또래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과거 어머니가 채팅 앱 사용법을 가르친 것이다.

채팅앱을 통해 A양은 6명 이상의 남자와 만났다. 지적장애를 가진 가출 소녀를 만난 남성들은 예외 없이 숙박시설로 데려가 몹쓸 짓을 벌였다. 일부는 변태적인 유사성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단지를 돌리는 등 백방으로 딸의 행방을 찾던 어머니는 딸이 집을 나가고 6일 만에 인천공원에서 앉아있는 딸을 발견했다.

A양의 어머니는 "발견 당시 몸에서 악취가 났고 정신이 반쯤 나간 듯 눈이 풀려있었다. 엄마를 못 알아보고 밀쳐내고 누구냐고 하더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A양은 사건 후 환청이 들리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등 후유증을 보였다. 칼로 자해를 하기도 했다.

A양 가족은 딸과 성관계한 남자들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A양을 숙박업소로 데려간 남성 7명을 성폭행이나 강간이 아닌 성매매 혐의로 각각 송치하고 기소했다. A양이 만 13세가 넘었고 남자들로부터 숙식 등의 ‘대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7단독(하상제 판사)은 A양 가족이 성폭행 가해자를 상대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 양의 IQ가 70정도였다는 점 등에 비춰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 능력이 부족하고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4월 2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 제 21단독(신헌석 부장판사)은 다른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A양이 채팅방을 직접 개설했고 숙박 등의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자발적 성매매 여성으로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또래보다 지적능력, 상황판단능력이 현저히 낮은데 어떻게 성매매가 된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딸과 접촉한 어른들이 하나같이 집에 돌려보내주지 않고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고 버렸다”고 덧붙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노컷뉴스에 따르면 여성인권센터와 장애인기관 및 학부모단체 등은 이사건의 판결을 규탄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시위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연 인턴기자
kim.ki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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