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이번엔 코믹한 불륜이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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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지 않은 게 미덕인 세상이다. 아무리 민감한 소재도 알콩달콩 재미나게 그리면 얼마든지 사회적 편견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옥탑방 고양이'(MBC)에서 벌써 확인했다.

그래서일까. 16일 첫 방송하는 8부작 수목 드라마 '앞집 여자'(MBC)도 불륜을 '명랑'으로 포장해 전면에 내세운다. 그 자체로 비도덕적인 단어인 불륜을 유쾌한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로 둔갑시킬 주인공은 '태양인 이제마'(KBS) 이후 8개월 만에 TV로 돌아온 유호정(34.사진)이다.

유호정이 맡은 미연은 일곱 살짜리 딸과 다섯 살 연상의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전형적인 중산층 전업주부.

그런 그에게 멋지게 변한 대학시절 첫사랑 정우(김성택 분)가 다가오면서 불륜의 고리가 시작된다. 여기에 남자에 관한 한 '선수'인 앞집 여자 애경(변정수)이 얽히면서 불륜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변에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요. 솔직히 저도 주부이자 아내.엄마로 부족한 게 없지만 어쩐지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설렘과 풋풋함 같은 연애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건 여자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연의 바깥 사랑이 자칫 이유없는 외도로 비난받을까 조심스럽다는 유호정은 "사랑은 교통사고"라는 전작 '거짓말'(KBS)의 대사를 끄집어 내면서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꼽히는 유호정인지라 이유없이 외도를 하는 역할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단다.

외도를 한다는 사실보다 유호정을 거슬리게 했던 것은 애 딸린 유부녀라는 설정이었다.

"처음 미연 역을 제의 받았을 때 솔직히 망설였어요. 너무 빨리 늙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남편(이재룡)도 뭐 벌써 그런 걸 하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대본을 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 있죠. 남편도 읽어보더니 오히려 해보라고 권하더라고요. 느낌이 좋은 만큼 좋은 결과 기대해도 되겠죠."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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