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깊고 멀리 읽는 생각의 응수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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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본선 4강전 1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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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보(129~143)=좌변 29 이후 흑의 수순을 보면 쓸데없는 손찌검 같은데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단호하게 내려서서 차단한 30은 당연하고 31로 끊었을 때 32로 몰아 38까지 돌려버리면 실제로 흑이 벌어들인 전과는 제로에 가깝지만 이 뭉친 형태에 흑A로 끊는 선수 한방이 보장된다는 게 크다(39…△).

왜냐? 상변 침투작전에서 실패한 흑이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직 중앙뿐인데 하변과 우중앙에 두터움을 구축한 흑의 중원 도모에 흑A가 제법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향, 원대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에 불과하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아 불꽃을 일으키는 노력과 행운이 필요하다. 중앙 41이 그런 심모원려(深謀遠慮)를 품은 응수타진. 고개를 갸웃, 하던 커제는 별 고민 없이 42로 잇는다. 정수다. B의 곳을 끊기는 게 두려워 ‘참고도’ 백1로 이으면 흑2, 4를 당해 일일이 공배를 메우고 흑▲를 따내야 하는 수고가 발생한다.

43은 반상 최대의 곳. 이 수로 우변 백 세 점이 살아가는 수단은 사라졌다. 그나저나 다음 백의 한 수는 어느 곳에 놓일까. 흑A, B가 선수라면 좌중앙 일대의 백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눈에 띄는 곳은 C인데 흑D를 예방하는 백E도 크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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