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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출판계서 잇단 베스트셀러…필리스·그탠여사|소설구성만 들어도 히트여부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출판계에서 퍼트냄사 여사장 「필리스·그랜」여사는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 내는 기계』또는 『황금의 촉수를 가진 여인』으로 불린다. 그녀는 1980년이래『제3의 중죄』등 미국 전역을 휩쓴 28권의 베스트 셀러를 창조해 냈으며「딕·프랜시스」 「앤턴·마이러」 등 숱한 밀리언 셀러 작가들을 배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작품의 히트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은 극히 순간적인 영감에 의존한다. 원고를 다 읽어보는것도 아니고 구성만 듣고도 벌써 소설의 장래를 점친다. 어느날은 소설가 「로빈·쿠크」와 식사 도중 그의 작품구상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출판을 결심, 2개 작품을 즉석에서 계약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후에 1백만 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올해 46세의 그녀가 출판계에 뛰어든것은 더불데이 앤드 컴퍼니사에 사장비서로 채용된 것이 처음. 곧 능력을 인정받아 편집장에까지 급속도로 승진한 그녀는 「데이비스·와이스」작 『나는 나체로 왔다』를 출판, 첫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의사인 남편과의 결혼후에는 의학출판물을 출판하다가 1970년 사이먼 앤드 셔스터사의 추리소설 담당자로 스카웃 됐다.
여기서 상업, 대중 소설의 히트작을 계속내고 1974년에는 드디어 포킷북사의 편집장이 되었다.
여기서 그는 천문학적 숫자의 판권료를 주고 인기작가를 확보했다. 그녀가 지불한 판권료를 보면「애거더·크리스티」작 『커튼』 에 92만5천 달러, 『토틀 우먼』에 67만5천 달러, 「주디스·루스너」작『미스터 굿바를 찾아서』에 4O만 달러, 「어빙·하우」작 『우리 아버지들의 세계』에 42만3천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출판계의 경악속에 이들 작품은 모두 대히트를 기록했다.
경영이 침체에 빠졌던 퍼트냄사가 그를 사장으로 초빙한것은 1976년의 일.
「필리스·그랜」은 사장직에 취임하자마자 경영쇄신을 단행, 발행종수를 줄이는 대신「나보코브」 「메일러」 「르·카레」등 인기작가를 계속 불잡아 두었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베스트 셀러 작가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조·맥기니스」가 『운명의 비전』을 들고 퍼트냄사의 푸대접에 발길을 돌리려고 할 무렵 그녀는 이 소설이 히트할것을 특유의 능력으로 직감, 작가의 동의 아래 약간의 손질을 거쳐 출판을 단행했다. 『운명의 비전』은 당장 13만 부가 팔렸다. 아동문학가 「주디·불룸」에게는 끈질기게 성인소설을 쓸것을 권유, 『와이피』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필리스· 그랜」 이 「불룸」에게 충고한 말은 오직 한가지『감동적인 소설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퍼트냄사는 하드커버출판에서 미국제1위, 매출액에서 제3위를 기록하고 있다.
상오8시30분에 뉴욕 사무실에 출근하는 그녀는 곧 전화의 홍수속에 빠지면서도 자기사가 출판하는 책은 몇권이라도 모두 정독한다. 그녀가 읽기 싫어하는 책은 제초기에 관한 책, 개 기르는 법 정도다. 포르노에 관한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출판도 안한다. 그녀의 좌우명은 오직 한가지. 『그 책이 나로 하여금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가』이다.
이처럼 미국 출판계의 기린아로 손꼽히는 그녀도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가정주부로 변한다. 세아이를 돌보고 물한잔도 달라해서 마시는 남편에게 군소리 없이 봉사한다.
최근 미국의 저작료는 삼승일로에 있다. 「에릭·시걸」의 최신작엔 1백만달러가 지불되기도 했다. 격심한 경쟁속에서 그녀는 「독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출판」에서 「독자의, 수요를 창출하는 출판」으로 선회를 모색한다. 그녀는 워너사의 『매가트롄드』, 크라운사의 『F 플랜 다이어트』, 모로사의 『1분 매니저』등이 바로 미국 출판계가 나아갈길이라고 말한다.<뉴욕타임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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