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 없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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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 교통경찰이 많이 늘어선 나라도 드물다. 교통경찰이 많은 셈치고 교통사고와 교통위반사례가 많은나라 역시 찾아보기 힘든다.
서울시경만해도 교통관계업무에 근무하는 요원은 2천24명으로 1개경찰서에 85명이 넘는 숫자다.
미·일등 외국의 거리에서는 교통순경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있는둥 마는둥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거리의 교통경찰관이 얼마나 많은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에비해 경찰의 핵이라할 파출소에는 기껏해야 1, 2명이 있을뿐이고 그것도 24시간교대로 격무에 시달리고있다.
강·절도등 방범활동과 직결된 치안경찰은 지·파출소에 배치된 일선경찰관이다. 경찰의 가장 주요한 기본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보호에 있다면 경찰의 보병에 해당하는 일선지·파출소의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경찰력의 41%밖에 지·파출소에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것은 경찰인원배치가 적정하지 못하고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경찰의 손발구실을 하는 일선경찰의 대부족으로 각종 강력범들이 대낮 주택가에 활개치고 있으며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선경찰관들은 걸핏하면 학생시위진압과 혼잡경비, 재해경비등에 동원되기 일쑤여서 치안공백상대를 못 면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서는 각종경기장과 학생시위등에 동원되는 횟수가 잦아져 치안상태는 심각한 국면을 자아내고 있다.
경찰의 인원배치는 경찰의 기본이 되는 방범업무에 최우선으로 배치되어야 하며 교통등 기타업무는 순위가 낮아야한다.
치안본부가 이같은 경찰내부의 문제점을 파악, 교통경찰관을 크게 줄이고 「교통경찰없는 날」을 정해 운전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교통경찰의 주요업무는 크게 나눠 위반자 단속과 교통사고처리및 교통질서 선도등이다.
교통단속은 해방 후 끈질기게 되풀이 되어왔으나 위반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단속이 교통질서확립에 얼마만큼 유효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경찰이 교통경찰없는 날을 시범운영한 결과에서도 오히려 사고건수가 줄어드는등 좋은 성과를 보이고있다.
위반자 단속은 교통순시원으로 족하고 보행자보호와 교통질서 선도업무는 부드러운 여자경찰관이 도맡아도 충분하다.
도로의 여건상 교통위반을 하지않을수 없는 길목에 서 있다가 위반자를 되풀이 적발하는 것은 운전자들의 불평이나 원성을 살뿐 근본적인해소는 바라보기 힘들것이다.
경찰은 모처럼 마련한 「교통경찰없는 날」을 더욱 확대시켜 남는인원을 지·파출소에 충원시키고 교통신호체제를 보다 현대화하고 구조적사고의 원인이 되는 도로의여건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운전자와 보행자 역시 민주시민으로서 자율적인 질서의식을 드높이는데 노력해야겠지만 거리의 무질서를 방관만 하지말고 이를 고발하는 시민정신을 백분 발휘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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