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주민 항생·진통제 과용|고려대 의대 여주주민 20세 이상 8백명 대상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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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나라 농촌주민의 21·5%가 진통제나 항생제 등의 약물을 장기복용하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의사처방 없이 멋대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차철환·염용태교수 팀이 지난해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의 20세이상 주민8백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부 농촌주민의 약물장기복용에 관한 사회의학적 연구」 에서 밝혀졌다.
조사대상가운데 주 1∼2회 이상씩 3개월 이상 약물을 장기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21·5%인 1백73명으로, 진통제가 81명(10%)으로 가장 많았고 제산제·소화제· 부신피질호르몬제·항생제· 진정제의 순 이었다.
특히 진통제의 경우 남자는 60대 이상 노인층에서, 여자는 50대에서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50대 이상이 62%나 차지하고 있어 연령이 높을수록 약물의존도가 높았다.
또 진통제를 복용하고있는 81명 중 83%가 1년 이상 복용자이며, 5년 이상 계속 복용하고 있다는 사람도 37명(46%)이나 됐고 58명 (72%) 은 매일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들 장기복용자의 절반정도는 이웃이나 친지 또는 약 광고만 믿고 약을 임의대로 선정해 구입하고있으며 장기복용자의 74%가 이명 (귀울음), 현기증·불면증· 소화장애 등의 부작용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이들 중 56%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 없이 계속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교수는 이 같은 조사결과는 우리 나라 농촌주민 가운데 신경계, 골·근육계, 소화기계 등의 만성질환 즉 농부증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나타내며 치료제의 자유판매금지 등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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