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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열기"비해 알맹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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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국회의 첫선을 보인 제125회 임시국회는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았던 만큼 여야의공방도 치열했고 목청도 높았습니다.
-회기도중 미문화원사건이 터져 광주사태가 핫이슈로 등장하고 학원문제와 이념논쟁까지 벌어졌으니 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요.
이른바 「성역」 이니 위험수위니하는 룰이 무시되면서 국민들의 정치적 카타르시스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뜨거웠던 열기에 비해 막상 손에 쥐어지는 성과가 없어 연기자나 명석 모두가 다소 아쉬워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번 국회는 활발한 문제제기와 국민의 관심집중등 모든 면에서 지난 11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는데 이론이 없어요.
-신민당은 이번 국회에 대해 대체로 흡족해 하고 있습니다. 당초의 목표였던 「쟁점부각」 은 충분히 됐다는 자평입니다. 특히 「성역」 과「위험수위」를 깨뜨렸다는 점을 무엇보다 값진 성과로 보고있어요.
-김대중·김영삼씨도 만족해하더군요. 김대중씨는 지난8일 민주대학모임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신민당의 활동은 안정할 만하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지는 않을 것』 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어요.
-정부·여당의 기를 꺾었다고 우쭐해하는 일면도 있더군요.
-신민당 안에선 일부 불만의 소리도 있습니다. 주로 동교동계와 비민추계 인사들은 뚜렷한 작품이 없지 않느냐고 불평하고 있어요.
-예컨대 여야합의사항인 사면·복권, 양심수 석방문제에 대한 아무런 진척이 없고 상임위를 겨우 6일로 갑아 원내활동을 구체적으로 못했으며, 광주사태5주년인 5월18일에 민정당대표에게 대표연설을 하도록 했다는 점등을 들어 당지도부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붐만은 계파간 이해에서 나온 「공격용」 이거나 사소한 절차문제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겠죠.
-한 여당의원은 회기 중 자기시역 구에 내려갔다 국회에 대한관심이 높은데 놀랐다고 해요. 국회발언내용을 거의 모두 알고 있더랍니다.
-「정치부재」 「국회부재」란 인식을 불식시키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재생시키는 데는 신민당의 공이 컸다고 봐야겠죠.
-반면 민정당은 불만의 소리가 다소 높은 편입니다. 국회를 온건한 방향에서 원만히 운영해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잘했다』는 점수를 주는 데는 대부분 망설이고 있어요.
소속의원들간엔 저쪽(야당)에서 할말 다하게 하고 우리는 얻은게 하나도 없지 않다는 불평을 많이 하더군요.
위험수위를 마구 넘나드는데도 그에대한 강력한 대응책이 없었다는 원내사령탑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이죠.
-이종찬총무도 그런 불만을 잘알고 있어요. 『바글바글 끓고있다』 고 말하더군요.
-민정당은 이번 국회를 △정치의 장내수렴 △민생 최우선 방향으로 운영할 방침이었읍니다. 정치의 장내화는 이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민생문제는 아무래도 뒷전으로 밀린 것이 분명해요. 10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노태우 대표위원이 『민생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을 비롯, 당내에선 그에 대한 반성론이 많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과 반성론은 온건노선의 원내사령탑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종찬총무는 원만한 국회운영에 제1의 역점을 두었던 거죠. 미문화원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일각을 포함한 당내 외 강경파들이 문공위소집을 극력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이 총무가 야의 소집요구에 응했다는 소문 등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이를안 신민당 쪽에서 의사일정 등에 양보하여 이총무의 입장을 지원해줬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철의원의 문제발언이 나았을 때도 국회 무용론까지 들고 나오는 초강경그룹을 무마시켰죠. 당시 의원총회는 불만토세양으로 활용된 「부내용」이었습니다. 불만이 많지만 파국으로 갈수는 없지 않느냐는 결론을 끌어냈죠.
-그러나 결과적으론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있어야 했다는 불만을 낳았습니다. 당내 많은 의원들이 그렇고, 특히 「당외」에서 그러한 불만이 지배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여의 장외가 더 문제」라고 한 야당가의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이번 국회는 운동권 학생들의 주장이 여야간 쟁점으로 국회에 유입됐다는 점도 큰 특색이었습니다. 특히 미문화원농성사건은 광주사태를 당초 신민당의 예정과는 달리 이번 국회 주 쟁점으로 내세우는 결과를 낳는 등 국회가 학생들에 의해 다소 끌려간듯 한 인상도 줍니다.
-운동권에 맴돌던 이념들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학원문제·경사문제가 시비의 대상이 된데 대해 신민당은 자기들의 공로·실적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앞으로 이를 취급하고 해결하는데 부담감을 갖게된 것도 사실이죠.
-학생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인식이 상당히 깔러있어요. 총선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임종의 빚을 진 신민당 의원들로서 이번에 이철 의원이 그들의 소리를 터뜨려 줌으로써 빚 청산을 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념」문제가 정식으로 거론된다면 신민당 내부에도 이견이 많을 것입니다.
-여야가 실제 정략적인 측면에서만 이념논쟁을 벌였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이념」의 소리가 점차 커질 경우 그것을 누가 대변하느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신민당에서 이를 수용해 주지 않으면 설자리가 없는 신민당도 수용하기가 껄끄러운 문제 아닙니까.
이소리를 여과해 주는 정치세력이 없으면 양내에 수렴안되는 오해소리가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광주사태국정조사 경의안은 미문화원사건으로 예상보다 빨리 정치쟁점이 됐습니다.
-정부측이 사망자가 더 있다면 추가신고를 해달라고 나선 것은 진일보한 자세로 놀수 있겠죠. 그러나 이 대목에서 야당 측이 정부측 해명을 듣다가 그 방식에만 시비를 걸고 적극적인 자세로 질의를 하지 않은 점은 좀 석연치 않더군요.
-국방위를 유산 시켜버린 데 대해 신민당 쪽에선 이번에 다 해버리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자고 재 주장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광주사태를 보다더 강도 높게 다루기 위한 「틈」을 보존하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죠.
-그러나 국외고의 눈에선 요구해온 판이 막상 뱉어지니까 회피해 버린 것으로 비쳐져요.
정부측이 이번에 광주사태를 해명하면서 「정치세력의 배후조정」을 다시 강조한 것은 사면·복권요구에 대한 강경 입장을 시사하게 아닌가하는 해석도 있어요.
-아닌게 아니라 김대중씨의 사면·복권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사면권자가 당초부터 고려도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건의」하자는 분위기조차 안돼있다는 거예요.
-요구의 목소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포용의 분위기는 폭이 좁아들고 경색될수밖에 없다는 논리죠.
-그러나 김동영 신민당총무는 이종찬 민정당 총무가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이문제로 정부 고위층과 여당고위당직자가 만날 것이란 기대를 하고있어요.
-이총무가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한 모습을 신민당 측에 보여 줌으로써 위무의 효과를 노리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문제는 전반적인 분위기죠.
-이총무는 신민당내의 각 계파가 최근 「민주산악회」 「민주대학」 이니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대해 민정당이 파쟁으로만 보고 좋아하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견해를 갖고있어요. 그런 싸움은 국민의 관심을 끌게되고 자연 기대감으로 상승된다는 거죠. 이총무는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0일 하오 노대표와 1시간 가까이 뭔가를 숙의 했는데 당내시선이 쏠리고 있어요.
-이번국회에서 가장 부각된 사람으로는 단연 신민당의 이철·문정수 의원을 꼽을 수 있겠죠. 이 의원은 성역을 타파했다는 점에서, 문 의원은 정부를 곤란케 만든 광주사태 후의 사망통계가 담긴 광주시 통계연보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됐어요. 이들이 다른 초선의원들의 강경을 자극시킨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영웅주의나 개인인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아요. 헛 목청을 높이거나 「저질」발언이나 오게 하는 역효과를 낳으니까요. 이민우총재가 『예의를 지켜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경청할 만합니다.
-정치문제가 워낙 크게 부각되다보니 경제문제는 뒷전이었던 것도 이번 국회의 특징입니다. 때문에 내무·국방·법사위가 요란했던 반면 재무·상공·농수산위 등은 비교적 조용했어요. 각 상임위에서 새마을운동문제가 많이 거론된 것도 특기할 현상입니다.
-광주사태 국정조사결의안을 비롯, 헌법개정심사 위구성·집시법·국회법·정치풍토 쇄신법 등 야당이 제출한 안건이 모두 처리가 안된 채 계류됐고 정부가 낸 조세감면규제법·군인사법 등도 계류돼 안건처리는 전혀 못했습니다.
-앞으로 정기국회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우선 김대중씨가 내년 봄까지의 민주화일정을 말하면서 『정기국회가 고비』라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잖아요. 정부·여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자료로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겠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강경 대응 쪽으로 흐르고 있어 정국이 경색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더구나 야당의 개헌일정과 부딪치게되어 있는 것도 그런 우려의 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중간시점에서 상호 조정을해 보다 발전적인 면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있긴 합니다만.
-정기국회전에 여야 영수회담이 열린다는가 하는 중요한 계기가 있을지도 모르죠. 남북대화나 신민당의 전당대회도 정국방향에 영향을 끼칠것이구요.
-안정과 민주화가 탈 없이 진행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잊어서는 안될것입니다. <정리=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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