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 핵심인 김정은 '사업총화' 보따리 풀지 않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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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6년만에 개최 중인 노동당 대회 초반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다. 그러나 북한은 당대회 개막 이틀째가 다 지나도록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상세히 전하지 않고 있다.

8일 0시 현재, 알려진 것은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를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는 정도와 개략적 요지에 불과하다. 직전 당대회인 80년 10월 당시 김일성 주석의 사업총화 보고를 개막 이튿날 노동신문에 걸쳐 전문을 보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대회에서 사업총화 보고란 직전 당 대회부터 현 시점까지를 각 분야별로 총결산하고 앞으로의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는 절차다. 김일성 주석이 80년 당대회에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과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 등 굵직한 정책을 제시한 것도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서였다. 김일성은 개막 첫날 5시간 동안 육성으로 보고를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사업총화 보고 일정을 이틀로 쪼갰다. 노동신문이 7일자에서 “김정은 동지가 6일 사업총화 보고를 시작했다. 총화 보고는 2일차 회의에서 계속된다”고 보도하면서 이같은 사실이 전해졌다.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10시(한국 시간 10시30분) 김정은의 육성이 아닌 아나운서 보도를 통해 그가 사업총화 보고에서 “6차 당대회부터 오늘에 이르는 기간은 우리 당의 역사에서 더없이 준엄한 투쟁의 시기였으며 유례없이 엄혹한 환경”을 헤쳐왔다며 “사회주의 건설의 대번영기를 계속 열어나가기 위한 전략적 노선을 혁명의 전진 방향으로 제시했다“고만 전했다.

이어 7일 밤에서 같은 시각 보도를 통해 “김정은 동지가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동지를 당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이 당을 영원한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빛내기 위한 강령적 과업들을 밝혀주시었다”고 보도했다. 역시 구체적 내용 보따리는 풀지 않은채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업총화 보고에선 김정은의 정치·경제·대외·남북관계 등에 대한 구체적 정책 기조 방향과 키워드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꽁꽁 숨기고 있는 건 그만큼 북한이 그 내용을 공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실장은 “이렇게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건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내용을 선별해서 외부에 내보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처음으로 선포해야 하는 사업총화 보고인만큼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려대 남성욱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지난 당대회 이후뿐 아니라 자신이 권력을 잡은 지난 5년간의 이런저런 성과를 거뒀다고 선전해야 하는만큼,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다루려고 하다보니 하루가 아닌 이틀에 걸쳐 길게 사업총화 보고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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