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매장 가락동이전 무기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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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용산시장을 비롯한 중부시장 건어물부, 남대문·청량리시장 선어물부의 가락농수산물 도매시장내 이전이 무기연기됐다.
서울시는 5일 0시를 기해 이들 시장을 폐쇄하고 시장안으로 농수산물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가는 것과 주차·하역행위를 단속하기로 했었으나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하루만인 5일 하오 11시30분 이를 번복, 단속반을 철수시키고 단속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6일 자정부터 용산시장에는 농수산물을 실은 트럭 6백여대가 아무 제재없이 들어가 4천t 가까운 농수산물이 자유롭게 거래됐다.
용산시장 등의 상인들을 강제 이전 시키려던 서울시의 방침후퇴로 이들 시장의 가락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은 최소한 한달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갑작스런 단속해제조치는 염보현 서울시장의 긴급지시에 따른 것으로 염시장은 국회업무 보고후 관계자들에게 『용산시장 등의 이전에 상인들이 반대한다면 문제점을 다시 검토, 상인과 협의를 거쳐 이전토록 하고 단속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하역불편"-상인|"이해집착"-당국|양측주장 맞서|상인주장>
상인들이 이전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가락동의 매장시설이 좁고 불합리하게 돼있어 불편하다는 것. 청과시장의 경우 전체매장이 8천5백평으로 넓다고하나 노천상태가 아니고 창고처럼 한 건물로 돼있기 때문에 상·하차와 상품을 옮기는데 불편이 많다는 점. 특히 즉석에서 용달차 등에 옮기지 못하고 배송주차장까지 80∼1백50m를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것이다.
또 경매장에 트럭을 댈 경우 한꺼번에 40대밖에 댈수 없어 현재 용산시장에 몰리는 하루7백∼8백대가 화물을 모두 풀려면 대당 30분을 잡더라도 10시간정도 걸려 새벽1시부터 5시까지면 끝나는 지금에 비해 2배가량 긴 시간이 걸린다.
상인들은 또 옥내 매장이기 때문에 환기가 안되고 거래가 안된 상품에 대한 체화장이 없으며 용산에서는 중매인 한사람이 15∼16평, 큰 곳은 수십평짜리를 썼으나 가락동의 점포는 12∼15평짜리에 2∼3명이 들어가게 돼있어 점포가 너무 좁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중매보조인은 점포가 없이 중매인과 함께 써야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주장>
이에 대해 서울시는 상인들이 겉으로는 시설미비를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은 세금노출, 매장의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점, 먼저 옮김으로써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얄팍한 이기심때문에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위탁도매 등 전근대적인 유통구조에 익숙해 있는 상인들이 현대적인 시설로 옮기면서 불안해하고 갑작스런 이전으로 시장형성과 산매행위가 어려워 지금보다 손해볼까봐 걱정하여 이전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이 때문에 세금노출과 세금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매수수료를 현행 거래가액의 3%에서 2%로 낮추고 소득표준율도 27%에서 21.6%로 낮췄으며 여기에 다시 20%를 깎아주기로 했고 ▲원칙적으로 할수 없게돼 있는 도매업 행위를 인정하고 세금도 매기지 않기로 해 상인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상인들이 용산에서는 점포 l개에 5백만∼5천만원까지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나 가락동으로 옮길 경우 전매·전대가 불가능하므로 이에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상인들이 불평하는 시설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옮기고나서 협의해 개선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보조중매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리를 만들어줄 계획이며 중매인은 실제 화물을 매장에 쌓아 놓으면 되므로 2∼3명이 함께 써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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