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제」 이후의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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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나라의 문화정도는 택시를 타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경제성장이 빠르고 문화적인 전통이 있는 나라라해도 택시가 불결하거나 택시운전사의 매너가 나쁘면 문화국민이란 인상을 딴 나라 사람에게 심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외지가 세계의 대도시 택시가운데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 것은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비단 서울이 국제도시로 발돋음 했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라고 해서가 아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수단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택시의 서비스개선, 택시운전사의 자질향상은 오래전부터 요구되어왔다.
우리가 택시운전사의 월급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택시운전사의 급여수준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나아지면 과속·난폭운전은 줄어들고 횡포나 불친절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들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달부터 서울에서 실시되고 있는 월급제라는것이 말만의 월급제라는 이유로 택시운전사들로부터 오히려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급제에 불만을 품은 일부 택시운전사들이· 집단행동 할 움직임이 있어 경찰이 경계를 강화중인 걸 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여기서 택시월급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겨를은 없다. 다만 운전사의 근무를 1일 2교대로 하되 한사람이 각기 3만4천원 입금을 하고 이에 미달될 때 월급에서 공제키로 한 현재의 노사협약은 누가 보아도 완전한 월급제가 아닌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사납금을 전제로 한 월급제라면 과거에도 부분적으로 실시되었다가 흐지부지된 일이 얼마든지 있다. 명백히 실패하고 말았는데도 이제와서 똑같은 전철을 고집하려는 당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얼핏 이해가 가지않는다.
이 문제에 특히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것은 무엇보다 택시가 서비스업이며,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일어난 13만5천건의 교통사고가운데 4O%가량이 택시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은 택시운전사의 근로조건이 곧바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도 연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7O년대 초 택시요금의 시간·거리 병산제를 실시하고 나서 교통사고가 30%가량 줄고 2년후 월급제가 실시되고 나서 사고율이 다시 20%나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바가 크다.
택시운전사 월급문제를 노사관계로 단순화시킨다 해도 말뿐인 월급제갖고 새로운 분규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지않아도 월급제실시이후 2교대제를 이유로 한 승차거부나 합승행위로 승객들이 골탕을 먹는일이 많아지고 있다.
깨끗한 택시, 친절한 택시운전사. 말만 들어도 얼마나 흐뭇한가. 그리나 그런 일은 일방적인 행정력으로이룩될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앞서 지적한대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것은 외국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택시를 갖는 일이다.
택시운전사의 월급문제만 해도 지금까지 해온 개미 쳇바퀴식의 고식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택시를 비롯해서 버스·트럭등 모든 운송수단에 얽힌 문제들을 교적문화외 향상이란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새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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