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개방 대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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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경제는 본격적인 수입개방정책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되었다. 지금까지의 기업환경이 「온실경제」 였다면 수입개방후의 기업여건은 「노천경제」 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자력으로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수입개방은 오는 7월1일을 기해 87.7%로 높아지며 내년엔 또다시 91.6%까지 확대된다. 이쯤되면 선진국수준의 수입개방을 의미하며 무슨 상품이든 적어도 정책에 가로막혀 못 들어오는 경우는 없게된다.
문제는 그런 외풍을 막아낼 수 있는 우리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 볼때 경쟁상대로서 한 두가지 취약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자본력에서도 그렇고 시설과 기술, 시장개척력등 안팎으로 위약점을 안고 있다.
외국상품과의 경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야말로 우리나라 기업,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수입개방이 일시에, 그것도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고려해 우선 관세를 적절히 적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흔히 수입을 개방한다고 큰소리쳐놓고 뒤로는 관세를 통해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개방」 을 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장벽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행정적인 비관세장벽까지 겹겹이 쌓아, 이를테면 오리에게 접시물을 주는 식이다.
이런 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수출상품의 원가가 보다 싸야하고, 그 대신 품질은 보다 좋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최신·최고의 시설을 갖추어 근원적으로 경쟁력을 보강하고, 둘째로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개발 또는 도입해야하고, 세째로 보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상품의 해외경쟁력을 북돋워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실례로 미국과 일본의 그 엄청난 경제력은 평균 5년대에 이르는 젊은 설비연령이 그 원동력이나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가 앞으로 일본을 크게 앞지르리라는 견해 역시 미국의 83연도 설비연령이 일본에 비해 0.25년이나 젊다는데 근거한다.
우리는 그러나 설비연령에 관한 통계마저 없을 뿐 아니라 연간의 시설투자액이 4조원에 그쳐 미국자동차 메이커인 GM사에도 미달되는 엄청난 격차다.
새로운 자동차가 낡은 차보다 기름소모가 적고 속도 또한 빠르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치 말아야한다. 시설투자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시되는 현실임에 비추어 가용자원의 합리적 사용 역시 신중히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경제현실은 이런 다급한 과제들엔 등한하고 엉뚱하게 부실기업이라는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그 엄청난 자금을 퍼붓고 있다. 과거지향형 경제시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자금을 시설투자쪽으로 과감히 쓴다면 우리의 기업여건은 괄목하게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래지향형 시책이다.
우리의 경제시책이 현실타개와 미래도전형의 정책만 제대로 구사한다면 수입개방이 반드시 마이너스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천에서 비바람을 견디어내는 자생력, 극복력, 진취력을 스스로 갖게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정책입안가들의 통찰력과 문제핵심의 파악력에 달려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수입개방을 이열치열의 모티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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