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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택시는 런던의 명물이다. 택시가 명물이 되는 것은 이상하지만 사실이다.
영국 수도 런던의 택시는 「런던 캐비」 (London Cabbie) 라고 한다.
기동성이 있으면서 손님 좌석은 넓고 깨끗하다. 검은 색 오스틴제. 모두 1만8천4백21대.
그 택시 운전사는 녹색배지 (그린배지) 를 갖고 있다.
그린 배지를 얻기 위해선 평균 2년이 걸린다. 런던시 6백m평방마일의 복잡한 지리를 훤히 알아야 한다. 호텔, 광장, 클럽, 병원, 음식점, 상점등의 위치를 외는 이른바 「런던시의 지식」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수험자들은 런던시 공공운수국에서나온 「블루 북」 (청책)을 교재로 삼는다. 1906년부터 나온 이 책엔 런던시내의 4백68개 도로와 운전사 수칙이 모두 기재돼 있다.
운전사 후보가 이걸 달달 외야 하느건 물론이다. 그런다음 지도를 오토바이 손잡이에 달고 거리를 달리는 시주과정도 있다. 손님을 정단거리로 신속, 정확하게 모시기 위한 연습이다.
그러니 그린 배지를 따는 것은 2년제 대학을 나오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합격률도 20%선. 작년에는 응시자4천6백명중 5백57명이 합격했다.
봉급도 연4만달러 (3천6백만원) 나 되고 해외휴가까지 할 수 있다. 그게 천직이 안될 수가 없다.
최근 시사주간 타임지는 세계대도시의 택시를 비교하면서 런던택시에 접근하는 예로 일본 경도의 MK택시를 들었다.
재일교포 유봉식씨가 경영하는 그 택시는 시트를 레이스로 장식하고 기사는 흰 장갑을 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작년에 정부상대의 소송에서 승리, 운임을 14.5%나 내린 것으로 더 유명하다.
동경의 택시기사는 10년 이상의 무사고 경력자 중에서 선발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타임은 서울의 3만5천 택시운전사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혐의를 전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13만5천건의 교통사고가 택시와 버스에 의해 일어났다는 지적도 했다. 그건 물론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지난 2월 성조지는 「한국에선 위험을 미리 알기 위해 두 사람의 눈4개가 필요하다」고 교통지옥을 꼬집은 적도 있다.
하지만 타임은 불결과 난폭운전도 은근히 비꼬고 있다. 게다가 우리 택시는 작아서 몸이 큰 외국인에겐 불편하게 마련이란 지적도 했다.
다행이랄까, 합승과 요금과징이 지적되진 않았다. 그 오명은 붸노스아이레스와 로마가 지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닌건 우리 자신이 더 잘 안다.
1일부터 택시기사 월급제가 실시됐다. 조금씩이나마 택시문화의 발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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