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방·침구의 신비를 벗긴다| 첨단기재 개발, 증·경혈 입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수천년간 그 효능의 메커니즘이 수수께끼로만 내려오던 동양의학이 각종 첨단기기의 개발로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침구와 한방약으로 대표되는 동양의학은 그 치료효과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과는 달리 치료에서 효과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의료현장에서의 본격적인 활용이 부진한 상태.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의료전자기법과 생물공학적 기법등의 첨단기술을 써서 한방·침구의 기본개념인 증·경혈등 에 관한 과학적 입증에 나섰다.□
일본과학기술청은 지난80년부터 대대적인 연구에 착수, 최근 일부 연구결과를 밝힌 데 이어 금년가을에 전체결과를 종합발표할 계획이다.
일본이 동양의학에 관한 새로운 입증작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각종 공해와 약물피해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양방보다는 인체를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고 종합적인 처방을 내려 부작용이 적고 부드러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한방쪽이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린데에 연유한다.
예컨대 서양의학에서는 환자를 생물학적으로 관찰하고 신체의 병리변화를 구분해서 치료하는데 비해 동양의학에서는 환자의 전체상태를 종합적으로 보고 처방을 하기 때문에 인체로서는 훨씬 부담이 없는 치료법이 된다는 것.
일본과학기술청이 동경대의학부등 7개 대학과 국립병원의료센터등 9개 연구소의 연구진을 동원해 5년만에 동양의학의 신비를 일부나마 밝혀낸 것은 앞으로 한방의 과학적 체계정립에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침구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토끼·흰쥐등을 대상으로 한 전자현미경 실험에서 흔히 침을 놓는 부위인 경혈은 전기저항이 적어 전류가 잘 통하는 현상을 보였으나, 경혈이 아닌 부위는 전류가 잘 통하지 않아 경혈이 인체내의 전류의 흐름을 유도하는 맥이 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런데 양 부위에 각각 침을 놓아본 결과 모두 뇌에서 엔케파린 (신경물질의 방출을 조정하고 통증·체온등을 조절하는 폴리펩티드 혼합물질)이 분비됐지만 신경내분비물질의 발생부위가 서로 달라 침을 경혈 부위에 놓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또 토끼의 귀 혈관을 TV카메라로 관찰하면서 침을 놓았을 때 잠시 후부터 피의 흐름이 활발해지는 현상이 나타나 요통과 어깨가 뻐근할 때 침을 맞으면 증상이 호전되는 이유도 규명할 수 있었다.
한편 침의 마취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과기청산하 방사선의학연구소는 첨단의학기재인 포지트론CT를 써서 실험했다.
뇌속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어 뇌세포와 세포간을 이동함에 따라 각종 정보가 전달되는데 그 정보를 잡는 안테나를 수용체라 한다.
따라서 이 수용체의 감지기능을 마비시키면 마취가 되는 것인데 침을 특정부위에 놓았을 때 분비된 엔도르핀이 그쪽 부위를 지배하는 뇌부분에 집중돼 침이 마취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증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어혈증이라는 체내혈액의 정체현상을 진단하는 동양의학적 방법이 과학적임을 증명했다.
첨단의료기기를 써서 행한 이 실험은 어혈증의 진단에 필요한 중요한 증후군과 증상을 검토해서 명확한 진단기준을 만들고 그것이 동양의학적인 진단방법과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기 위한 것.
실험결과 남성환자의 경우는 잇몸과 혀가 검은 자주색깔로 변하는 것과 배꼽주위통증, 여성에 있어서는 눈자위의 색소침착·피하출혈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검사소견을 트롬보엘라스토그래피라는 응혈반응검사장치로 조사해 비교해 본 결과 동양의학에서 어혈증을 검진하는 방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과기청은 이외에도 확보가 쉽지 않은 황련 (지사제· 식욕증진제· 소화촉진제의 원료) · 한국나팔꽃등 약용식물 대량확보를 위한 유전공학연구와 아직까지 규명이 안된 각종 동양의학의 진단메커니즘을 풀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