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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유물과 유적/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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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한국의 내로라하는 고고학자.미술사학자가 한데 모였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등은 우리 미술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으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들이다. 이 호화 필진이 모여 '한국미의 재발견'이라는 시리즈를 썼다.

선사 유적.고분.조각.탑.회화.공예.건축 등 한국 문화의 거의 전분야를 아우르며 입문서.개설서 역할을 할만한 책을 내게된 것이다. "자랑스런 우리 미술을 청소년을 비롯해 일반인에게 올바르게 인식시키겠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출간 의지다.

그 첫 작품이 '선사 유물과 유적'과 '탑'.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법조문 못지 않게 어려운 한자들이 등장하고, 전문용어가 가득해 일반 독자는 엄두도 못내던 미술사 관련서들의 단점을 많이 걷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용어를 우리말로 풀어쓰기 시작한 고고학.미술사의 최근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목관묘는 널무덤으로, 옹관묘는 독널무덤으로, 부장품은 껴묻거리로 부르고 있다. 책에서도 이 풀어쓴 용어들을 사용한다. 대신 책 뒷편에 용어 설명 부분을 따로 두고, 본문에서는 한자를 조그맣게 병기했다. 또 컬러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글 위주의 따분함을 피하려 했다. 글쓴이들도 열줄의 설명보다 다각도로 찍은 미륵사지 석탑의 위용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아는 듯하다.

이건무 관장 등이 쓴 '선사 유물과 유적'은 먼저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원삼국기의 특징을 개괄해 설명했다. 그 다음 연천 전곡리, 서울 암사동 등 시기별 대표 유적과 유물을 분석하고 있다. 선사시대 문화를 다루는 기본 텍스트로써 정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석이 분분할 수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유물에 대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하려 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 창원 다호리 유적 무덤에서 나온 통나무널에 대해서 "중국 남부 사천 지역에서 발견되는 전국시대 독목관(獨木棺)과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보다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겨두는 식이다. 또 연표.유적지도.용어설명.찾아보기에도 본문 못지않은 공을 들였다.

강우방 교수의 '탑'도 인도인들이 우주의 중심이라 여기고 세운 스투파가 중국의 누각식 탑으로 변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과정, 목탑.석탑.전탑의 발전과정, 익산 미륵사지 석탑, 경주 감은사지삼층석탑 등 우리 탑에 대한 설명 등을 차분히 다루고 있다. 탑의 기단부.탑신부.상륜부의 세부 명칭, 지역별 탑 분포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자료다.

그러나 두 책 모두 근래 보기 드문 시도였던 탓인지 덜 다듬어진 부분이 없지 않다. 한글 문장 쓰기를 강조했지만 미술 용어들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 별첨으로 붙은 용어설명조차 또다른 설명이 있어야 일반인의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 등은 우리 고고학.미술사학계가 끊임없이 풀어야할 숙제로 여겨진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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