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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감사의 달, 손 편지 프로젝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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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기쁨도 잠시, 어버이날·스승의 날이 다가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어볼까 생각해봤지만 작년, 재작년에도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감동적인 선물을 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종이 카네이션보다 저렴하고 감동은 배가 되는 선물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준비하는 내 마음도 훈훈해지는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얻는다)의 효과도 있죠. 그런 선물이 뭐냐고요?


‘To’ 쓰고 나면 막막해? 추억 하나만으로도 할 말 쏟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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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작가가 마인드맵에 담긴 기억을 편지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Campbell’s Soup Can) 그림으로 유명한 캠벨 수프 컴퍼니는 1896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식품 회사입니다. 연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탄탄한 회사죠. 하지만 이 회사도 2001년 위기를 겪었습니다. 직원 업무 몰입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죠. 3명 중 1명이 그냥 놀다가 퇴근하는 적극적인 업무태만자였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안 하는데 회사가 잘될 리가 없죠. 제품은 창고에 쌓여갔고 주가는 연일 떨어졌습니다.

위기에서 회사를 구한 건 더글러스 코넌트 최고 경영자(CEO)입니다. 그는 매일 직원들에게 스무 통 가까운 손 편지를 썼습니다. 일을 잘한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 칭찬 편지를 쓴 것이죠. 효과가 있었을까요. 2010년 같은 조사에서 업무태만자가 17명 중에 1명으로 줄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의 업무태만자가 9명 중에 1명라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엄청나게 오른 셈이죠. 최고 경영자가 진심을 담아 쓴 편지에 감동받은 직원들은 ‘내가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손 편지는 쓰는 사람에게도 힘을 줍니다. 미국에 사는 존 크랠릭 변호사의 삶은 엉망이었습니다. 회사는 어려워졌고 결혼생활은 파탄(일이나 계획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함)이 났으며 아들과도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외로움과 우울증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네가 원하는 걸 가질 거야’라던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나 매일 한 통씩 감사의 마음을 적어 보내는 ‘감사 편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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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의 설명에서 힌트를 얻어 거침없이 편지를 써내려 가는 김민소 학생기자.

그는 직장 동료는 물론 10년 전 위장 수술을 해준 의사에게도, 얼굴을 기억해준 카페 직원에게도 감사의 편지를 썼습니다. 매일매일 감사의 마음을 적어 보낸 손 편지는 외롭고 우울했던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았고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회사는 번창했고 등을 돌렸던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게 됐으며 사랑하는 아들과 사이가 좋아졌죠. 그리고 그는 소망하던 LA주 대법원 판사가 되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맞습니다. 소년중앙이 추천하는 선물은 바로 손 편지입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선물이죠. 34년 동안 손 편지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의 권미령 회장은 말합니다.

“아픈 엄마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던 아이가 엄마에게 편지를 쓰면서 엄마를 이해하기도 하고, 13년 전에 가출한 엄마가 아들의 편지를 받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손 편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주고받는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가 담기기 때문이죠.”

박혜숙 동화작가는 “옛날 편지를 꺼내 보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요. 손 편지는 오래될수록 더 가치 있고 깊어집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어때요, 손 편지 딱 좋은 선물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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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소 학생기자의 마인드맵(왼쪽)과 최재우 학생기자의 마인드맵(오른쪽). ‘엄마’와 ‘아빠’를 떠 올렸을 때 생각나는 대표적인 기억들을 큰 줄기로 그리고, 그때 가졌던 생각과 느낌들을 작은 가지로 그려 넣었다.

동화작가 박혜숙 선생님이 알려주는 감동적인 편지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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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맵을 그리기 위해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최재우 학생기자. 아빠께 보낼 편지 역시 마인드맵에 담은 기억을 중심으로 써내려갔다.

편지를 쓰려고 종이를 펼치는 순간, 종이가 운동장만 해 보이는 사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 말고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 매년 비슷한 내용으로 날짜만 고쳐서 재탕, 삼탕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목하세요. 동화작가 박혜숙 선생님이 알려주는 부모님과 선생님 눈가를 촉촉이 적실 감동의 편지 쓰는 법을 소개합니다.

기억 찾기 |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막상 편지를 쓰려면 주저하게 됩니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 지,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 지 막막해지기 때문이죠. 그럴 땐 기억 찾기를 먼저 해 보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편지를 쓸 대상을 생각하며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는 것이죠. 예를 들어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면 엄마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적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여자, 엄마=긴 머리 같은 단순한 이미지가 떠오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억을 찾아 들어가면 엄마와 나밖에 모르는 추억들이 생각날 거예요.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엄마는 ○○○이다. 아빠는 ○○○이다. 선생님은 ○○○이다’라고 쓰고 ○○○에 어울리는 단어를 적어 보세요.

마인드맵 그리기 | 종이 위에 다양한 단어들이 적혀 있죠? 이제 그 단어로 지도를 만들 겁니다. 좋았던 기억, 고마웠던 기억, 서운했던 기억, 미안했던 기억 속 단어를 끼리끼리 묶어 정리하고 왜 좋았는지, 고마웠는지, 서운했는지, 미안했는지 이유를 적어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빠를 생각하며 떠올린 단어가 ‘방패’라면 이유로 ‘우리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든든하게 막아주니까’라고 씁니다. 모든 단어에 이유를 적을 필요는 없어요. 이번 편지에 꼭 전하고 싶은 내용만 골라서 적어 보세요.

편지 형식 맞춰 쓰기 | 편지는 보통 첫인사, 본문, 끝인사로 구성됩니다. 첫인사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과 받는 사람의 안부를 묻고 본문에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습니다. 감사의 편지면 감사의 마음을, 칭찬 편지면 칭찬하는 내용을 적는 것이죠. 마지막에는 끝인사와 날짜,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인사로 계절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식상함을 피하려면 솔직하게 안부를 묻는 것이 좋아요.

본문은 마인드맵을 참조해 씁니다. 미안했던 이야기로 시작해 고마웠던 이야기로 끝나거나 서운했던 이야기로 시작해 좋았던 이야기로 끝내도 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세요. 글씨가 안 예쁘다고 걱정하지 말고요. 이상하게도 진심을 담은 손 글씨는 늘 아름답거든요. 마지막 인사로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상투적인 글을 써도 좋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깊은 표현은 별로 없답니다.

소년중앙 최재우 학생기자가 완성한 편지
To. 김미숙 선생님께
컴퓨터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최재우예요. 선생님! 저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그 칭찬에 감동을 받았어요. 또 저에게 자격증반이라고 사탕도 주시고, 바나나도 주시고 뽑기로 장난감을 주시고, 젤리도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선생님 덕분에 자격증도 2개나 땄어요. 원래는 자격증 주제를 배울 때 죽을 정도로 어려워했는데 쉽게 가르쳐 주시면서 제가 실력이 쑥쑥 조금씩 자라서 쉬워진 것 같아요. 맞다! 선생님 제가 진짜 짱 어려웠던 것을 자격증 B급으로 땄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이대로 가면 자격증 따는 것을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연속으로 따다닷! 딸 것 같아요. 선생님 제가 지금 엑셀을 배우고 있는데 조금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엑셀 자격증도 좋은 등급으로 딸 수 있겠지요? 선생님이 컴퓨터교실을 떠나셔서 아주 슬퍼요. 선생님이 다시 가르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제일 잘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FROM. 2016년 4월 19일 재우가

박혜숙 작가는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고, 동화를 쓰며 아동문학 평론을 한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해 글짓기 강의도 종종 연다. 대표작으로는 『물차 오는 날』 『말로만 사과쟁이』 『알았어, 내가 할게』 등이 있다.

글=황정옥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 취재=김민소(서울 목운초 4)·최재우(서울 석계초 4) 학생기자, 참고=『기적의 손편지』(스마트 북스) 『혼자 편지 쓰는 시간』(북인더 갭) 『감사의 습관』(한국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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