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폭행 사건 정운호 측 “경찰이 불리하다며 합의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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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최모(46) 변호사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벌이는 ‘50억 수임료’ 공방에 현직 경찰관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치소 내 변호사 폭행’ 고소 사건의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합의로 끝낼 것을 권유했다는 내용이다.

경찰 “사실무근, 합의종용 안 해”

정 대표 측이 최 변호사를 조사해 달라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낸 진정서에는 “A경위(46)가 ‘구치소 내 폭행 사건이어서 피고소인에게 불리하니 합의를 하는 게 좋다’고 (정 대표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경위가 “최 변호사가 병원에 입원했고 폭행 충격으로 생리적 문제까지 겪고 있다. 폭행 사건이 (정 대표에게) 매우 불리하다”며 압박했다는 게 정 대표 측의 주장이다. 정 대표 측은 “A경위가 ‘이틀 뒤 최 변호사 남편을 데리고 올 테니 잘 합의해 봐라. 변호사는 동석시키지 말라’고 권고한 뒤 자리를 떴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의 폭행 고소 사건은 최 변호사가 “실제 받은 20억원 중 10억원을 돌려달라”는 정 대표를 찾아가 실랑이를 벌였던 지난 12일 접견 과정에서 비롯됐다. 3일 뒤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는 자신을 “고소인(최 변호사)의 사실혼 배우자”라고 밝힌 이모씨였다.

강남경찰서는 고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사건을 맡은 A경위는 고소장 접수 즉시 이씨를 조사했고 입원해 있는 최 변호사 진술은 서면으로 받았다. 폭행이나 상해 고소 사건은 피해자 본인이 고소인 조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4일 뒤인 지난 19일 피고소인 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에 갔다. 정 대표 측은 이때 합의 종용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A경위는 이틀 뒤인 지난 21일 대리 고소인인 이씨를 대동하고 서울구치소로 다시 가 정 대표를 접견했다. 이 자리에는 A경위의 상관인 B팀장, 정 대표가 새로 선임한 다른 변호인도 동석했다. 정 대표 측은 “5억원만이라도 달라며 합의안을 냈지만 이씨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정 대표의 변호인은 29일 “폭행 사건에 관한 대화는 거의 없었고 수임료 갈등에 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한 대화만 오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합의 종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경위는 “2차 접견에 이씨와 함께 간 것은 1차 접견 때 정 대표가 고소인 측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고, 폭행과 관련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대질 조사도 필요했다. 양측 간 원만히 얘기되고 고소취소장을 받으면 각하 종결 처리된다고 설명했을 뿐 합의 종용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접견실에서 정 대표로부터 감금·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 대표는 최 변호사의 팔목을 잡은 게 다였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9일 정 대표 측으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L부장판사가 비위행위를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부장판사가 스스로 ‘의혹들이 제기된 상태에서 법정에서 (피고인들을) 직접 대면하며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다음달 2일부터 약식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단독재판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임장혁·윤정민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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