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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연식 칵테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취하지 않는 술을 무슨 취미로 마실까. 요즘 미국의 드러그 스토어(술가게) 에선 비알콜성 맥주, 탈알콜성 포도주를 팔고 있다.
이번 주 타임지는 맹물에 얼음을 띄우고 레먼 한 조각을 걸쳐놓은 컵을 표지에 정중히 모셨다. 「85연년식 칵테일」 이라는 명명.
요즘 미국사람들의 그런 비알콜, 탈알콜 취향을 놓고 타임지는 「냉수세대」(water generation) 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양켈로비치 여론조사를 보면 18세이상 미국 성인 1억7천만명중 음주인구는 67%이며 그들가운네 3분의 1 이상이 주량을 줄였다. 그전보다 술을 더 마시다는 사람은 6%일 뿐이다.
「냉수세대」를 실감할 수 있는 통계도 있다. 지난 10년동안 성인 한사람당 탄산수 소비량이 5배나 늘어났다.
음주 애호가들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마티니」 라면 미국 신사들의 칵테일 심벌이다.그 칵테일마저도 요즘은 추억속의 「즐거운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탈알콜 취향은 세계 제1의 음주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볼수 있다. 포도주를 그야말로 다반사로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인데 요즘은 주말이나 손님 접대 때나 마신다는 것이다. 실제로테이블 와인의 소비가 4% 줄어들었다
바로 그런 절주, 금주유행은 생활양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입식파티를 즐기는 구미사람들이 요즘은 앉아서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독주를 마시는 미국사람들은 흔히 술 한잔을 20분 걸려 마시고 다시 주문하는데 약한 술,이를테면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은 25분이나 걸려 한잔을 비운다. 이것은 호주머니 경제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만큼 돈쓰는 속도도 느려진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맞벌이 부부들은 취생몽사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성인들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영국의 경우는 실업자가 많고, 술값이 비싸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여피족 (도시봉급생활자)들의 처세지향이 가장 그럴듯한 이유같다.
『메거 트렌드』 (거대조류) 라는 저서로 요즘 문명을 날린 「J·네이스비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미국성인)이 70% 이상이 정보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몸을 돌보지 않으면 언제 골로갈지(go to pot) 모른다.』
소주에, 위스키에, 독주족이 늘어만 가는 우리나라 주당 제현들은 이런 얘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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