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없어 못가요"…제주 경찰, 불법체류의심자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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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중국인 7명이 제주시내 한 교회에서 10시간 가량 머물다 도주했다. 교회 신도가 신고를 했지만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현장에 출동 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A교회 관계자는 “27일 오후 9시10분쯤 교회 안에 불법체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침입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출동하지 않았다”고 28일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입국사무소 측은 “인력이 없다”며 신고만 접수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이 외국인들은 결국 교회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오전 7시쯤 자취를 감췄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불법체류자로 확신할 수 없었고, 신고 당시가 야간이어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시 이 신고를 ‘다른 기관 업무’에 해당하는 ‘코드4’로 분류해 출동하지 않았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설령 그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경찰이 바로 출동하는게 아니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도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5931명으로 추정된다. 도내 불법체류자는 2006년 15명, 2007년 36명, 2008년 398명, 2014년 1450명으로 1000명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4353명의 불법체류자가 발생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02년부터 무비자 관광이 가능해지면서 단속건수는 매해 늘고 있지만 2012년 조사과가 생긴 뒤 직원은 8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야간에 들어온 의심신고는 여건상 출동할 직원이 없어 바로바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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