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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한국형 양적완화 “산금채 매입보다 한은 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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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은 27일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자본 확충이)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보약’ 차원에서는 좋다”고 말했다.

이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연 출입기자 대상 업무설명회에서다. 청와대가 한국형 양적완화의 개념을 ‘구조조정용 국책은행 자본확충’으로 정리한 뒤 당사자인 산업은행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이 부행장은 한국형 양적완화 방식으로 3가지(산업금융채권ㆍ후순위채권ㆍ직접출자)를 제시하며 각각에 대한 산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한은의 산금채 매입보다는 한은의 직접출자ㆍ후순위채 인수가 산은의 자본확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산금채 매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은이 사지 않아도 이미 시장에서 충분한 기관투자가 매입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산금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 결국 산은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반면 한은이 산은에 출자금으로 투자하면 자본금이 늘어나 자산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다. 산은이 후순위채 같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뒤 한은이 이를 인수해도 마찬가지로 자본금 증가 효과가 있다. 이 부행장은 “(한은이) 구조조정을 도와준다면 직접출자와 후순위채 인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둘을 믹스하는 것이 좋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별도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의 시기와 규모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좌우할 거라는 게 산은의 판단이다. 이 부행장은 “아직 조선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방향은 정확히 서지 않았다”며 “조선업의 구조조정 속도와 범위에 따라 자본확충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은 해운업 구조조정은 조선업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미 조건부 자율협약이 안 되면 법정관리로 보내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행장은 “한진해운ㆍ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며 “현대상선의 경우 이미 지난해 실적에 부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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