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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본의자랑...최대철강사「신일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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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일본제철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최대의 철강회사다.
국제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연산 설비능력은 4천5백만t에 83년도 생산량은2천6백90만t.생산량으로 보아 세계생산랭킹2위인 미US스틸사(1천3백40만)의 두배가 넘는다.
같은 해 포철이 8백44만t을 생산, 우리나라 전체 철강생산량의70%를 차지했음을 고려할 때 신일철의 그 규모를 짐작해 볼수 있다.
34년 일본제철이 창립된 이래 전후의 해체 (49년) ,합병 (70년)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 신일철의 약사다.
70년 3월 당시 일본의 거대기업인 팔번제철과 부사제철이 설비투자의 효율화, 기술개발력의 강화, 국제경쟁력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전후산업사상 초대형 합병을 시도, 신일본제철이 탄생한 것이다.
신일철은 합병 당시부터 고로의 증설등 시설확장에 힘쓰면서 산하에 2백80여 개의 관계회사를 거느린 톱랭킹의 거대기업으로 군림해왔다.
포천지 선정 83년도 세계기업랭킹에서는 매출액 l백16억 달러(순익은 1억4천만 달러) 로 일국내랭킹 6위. 이 규모는 포철의 5배, 우리나라 철강업계 전체매출액의 3배에 근접하는 것으로 같은 해 한국1위에 랭크된 현대그룹 전체의 매출실적 (93억 달러)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한편 1백58억 달러 상당의 총자산은 현대·삼성·력키금성등 국내 3대그룹의 자산분을 모두 합친 정도다.
그러나 초대형기업으로 신일철이 걸어온 지난 노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철강수요의장기침체, 중진제철국들의 추격, 미국의 대일수입규제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지휘전달체제의 비대화, 기동성의 둔화등 이른바「대기업병」 증후가 누적, 합병당시 추구했던 「규모의 경제」가 짐스런 하중으로 엄습한 것이다. 당초 1억5천만t을 예상했던 일본조강생산량이 1억t대에 그친 것을 비롯해 철강업을 둘러싼 내외환경이 최근 몇년사이 크게 달라졌다.
엔지니어링과 화학공업을 사이드로 전체 경영의 90%를 철강제품생산에 집중해온 신일철로서는 큰 시련이었다. 합병당시 36%이던 국내시장 점유율이 계속곤두박질, 28%선에 머물고 82년하반기에 1백65억엔, 83년 상반기에 1백2억엔 이라는 2기연속의 경상손실을 감수해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합병 15년째인 올해는 신일철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각오다.
연초 동사의 무전사장은 생산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골자로한 제3차 합리화계획을 노조측에 제시했다.
그 내용은 전국 9개 제철소를 일관 제철소와 특정품종 중심의 전문공장으로 구분하고 생산품종을 집약함으로써 전사적인 효율화를 꾀한다는 것. 이에 따라 보유고로 25기중 12기 가동체제로 되고 2천4백명의 종업원이 추가감원, 혹은 재배치될 예정으로 있다.
그동안 추진돼온 에너지절약·원단위향상등 생산합리화와 직위계층의 단순화·임원진의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활성화에서 더나아가 「슬림체질」 (군살을 빼고 기동성이 있다는 의미) 로의 전환이 목전에 온 것이다.
이보다 앞서 무전사장은 연초시무식에서도 『철을 베이스로 엔지니어링·화학·신소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경영에 적극 과감하게 나설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제까지의 수비적 경영에서 확대노선의 공격형 경영으로의 전환을 분명히 함과 아울러 현재 종합소재메이커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는 신일철의 향후를 시사한 말이다.
신일철은 지금 변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을 중핵체로 하여 모함을, 둘러싼 구축함군 같이 탄소섬유·파인세라믹스·반도체재료·복합재료 등의 신소재 군과 엔지니어링사업을 주변에 배치, 항진하는 선단방식이 그 구상도. 그것은 거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위기감에서 출발, 「신기술개발」 「철과 하이테크분야의 공존의길 모색」 이라는 방향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기반이 마련돼온 터다.
최근 신일철은 일본 IBM에「제철시스팀의 개발·유지 서포트시스팀」이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군진제철소가 개발한 「24시간 논스톱 제철온라인시스팀」 은 이 분야 최고의 테크놀러지로 평가받고 있다. 중후장대기간산업의 대표적인 신일철의 새얼굴의 일단면이다.
또한 값싼 양질철 생산의 원동력이된 CMA (X선마이크로애널라이저) 등 최고수준의 기초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초합금 등에서도 위력을 발휘, 얼마 전에는 티탄연결수소저장합금을 발매했다. 이미LSI (대규모 집적회로) 용 소재개발에도 착수한 신일철은 신소재사업본부 설치를 검토중이다. 전체적인 감원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신소재부문의 연구개발진은 계속 강화·확충될 추세다.
화학부문도 신일철이 추구하는 신규 사업의 한 지주. 이 분야는 현재 동사 전체매출의 3%내외를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4월 자회사인 신일본제철화학공업과 일철화학공업을 합병, 설립한 자본금 77억엔의 신일철 화학은 지난 한해 3천억 엔의 매출을 보였다.
신일철의 연간매출액 2조8천억엔중 엔지니어링부문의 기여율은 현재 약 10%.이부문을 어떻게 신장시켜나가는가에 신일철의 장래가 걸려있다 할 만큼 엔지니어링은 중요한 테마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철강부문의 사업전개에 앞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이, 철의 신제품 개발이다.「철이야말로 신소재」 라는 생각이 신일철맨들에게 팽배해있다. 각제철소와 연구소의 철강기술자들은 기존 철의 결점을 보완한 새로운 철개발에 새롭게 도전을 시작했다.
플래스틱·알루미늄·종이등 경박단소의 붐을 타고 각종 경합재가 출현했지만 『신소재를 중시한 나머지 철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 신일철맨들의 균형감각이다. 무전사장도 이점에 대해 언급, 『경제재로서의 철의 비교 우위는 값싸고 대량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철의 이 강점은 압도적이다. 경박단소· 첨단산업만이 천하를 지배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큰 잘못이다. 이들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라고 견해를 피력한다.
최근 신일철은 하이테크두뇌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분자화학· 응용물리학 등의 분야도 다양해 과거 1만여 기술연구진중 90%가 철강관계라는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있다. 미MIT大등으로부터 스카웃된 이들 두뇌의 역할은 연구자겸 강사로 젊은 사원들에게 철강메이커에 결핍된 시스팀적 발상, 폭넓은 지식을 불어넣어 주고있다.
연구소뿐 아니라 각 제철소에서도 의식혁명의 조짐이 일고 있다. 5기의 고로중 3기의 불을 끈 팔번제철소는 얼마전 1만5천여 직원중 일자리를 잃은 설비기술본부 엔지니어들을 전혀 관련이 없는 벤처연구에 배치했다.「압연기식 인간」을 변신시키려는 계획이다.
동경 대수정의 신일철 본사는 84신입사원 배치를 철강 70%, 엔지니어링 10%, 화학부문 10%,기타 10%로 완료했다.95%이상을 철강 쪽에 배치하던 기존 틀과는 판이한 결정이었다.
인사담당 중역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덤덤하게 한마디. 장기적인 철강불황과 경박단소화의 물결침 속에 거함이 방향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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