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국회의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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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국회가 선거를 치른지 꼭 3개월만인 13일 개원되었다.
여야의 균형이 비숫하게 나타난 이번 국회가 장래의 정치 발전에 중요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왔다.
개원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경이 한편으로 큰 기대를 품으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한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12대국회가 풀어나가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개원협상의 쟁점이었던 김대중씨등의 사면 ·복권, 구속자석방등 당면 정치현안은 제쳐두고라도 민생·학원·노사·언론 문제에서 부터 평화적인 정권교체·개헌문제에 이르기까지 가히 첩첩산이다.
어느것 하나 쉽사리 풀릴것같지않고 문제익 성격상 서로 연걸리듯해서 경우에 따라선 시국이 경새될수 있는 위험성마저 안고있다.
여야는 표면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지만, 최대의 쟁점이 될것이 분명한 개헌문제는 벌써부터 만만치않은 대결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문제가 까다롭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필요한것은 정치력이다.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성숙한 정치를 강조해온 연유도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고 상대방의 처지는 외면하는 풍토속에서 성숙한 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야당은 제기된 문제를 관철함에있어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야겠지만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또한 지나친 독선·독주가 갖가지 사회적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 타협과 양보에 익숙해져야겠다.
여당쪽에서 대화정치를 강조해왔고 야당또한 극한적이 대립을 피하고 선거때 국민앞에 공약한 사항을 『민주장정의 차원에서 시간을두고 다루겠다』 는 자세를 보이고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개원협상이 오래 끈데대한 세간의 평가는 구구하지만 긴 눈으로볼 때 낯선상대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데 소요된 시간으로는 그다지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성숙한 정치는 한마디로 국회가 제기능을 다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현대국가에 있어 의회가 만능의 존재일수는 없다. 국가의 규모가 방대해지고 분야별 기능이 복잡해짐에따라 행정부의 비대화에 반비례해서 의회의 권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추세다.
그러나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뜻대로 끌려다닌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11대국회가 잘 증언해주고있다.
정치적 불안은 기실 국민이 국회와 정치를 불신하는데서 싹트는것이고 그것이 쌓이면 정치적 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2 12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주화를 비롯한 국민의 정치적 욕구를 풀어줄수 있는 구실은 국회밖에 할곳이 없다. 행정부의 공권력행사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설혹 그것을 행사할 필요가 있더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서라야만 반발도 적은 것이다.
정치의 장내수렴을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가 어떤 문제건 충분히 토론을 하고 각 계층의 이해를 조절하는 기능을 제대로 한다면 장내·장외란 말자체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것이다.
우리는 4대, 8대와같은 「중대국회」 가 정치인들의 미숙으로 국민적 여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무산시킨 쓰라린 경험을 갖고있다.
12대국회는 제발 그와같은 불행한 헌정사의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아야겠다. 국회의원은 물론 정치관계자들이 이번 국회가 지닌 역사척인 의미를 새겨 이나라 정치발전에 기여하게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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