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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탈북자보다 잔인하게 취급되는 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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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란·최윤서


탈북자들을 도와 북한의 참상을 알려 온 수잰 숄티(57·Suzanne Scholte)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전 세계에 탈북자들만큼 잔혹하게 취급되는 난민은 없다”면서 우리 청소년들의 관심을 주문했다. 그는 25일 서울에서 개막된 제13회 북한자유주간에 참석하기 앞서 TONG청소년기자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통일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북한자유주간은 매년 4월 마지막 주 한미일 북한인권단체들이 갖는 행사로 올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북한 인권 20년동안 부르짖은 탈북자 대모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인터뷰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20년이나 북한 인권을 위해 투쟁했는데 원동력이 뭔가.
“1996년 처음 탈북자를 미국으로 데려와 북한의 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97년 최주활 상좌(대령)와 고영환씨가 미국민 앞에서 연설했다. 당시 누구도 김씨 정권이 저지르는 반인권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98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생존자 강철환씨와 수용소 경비원 안명철씨 등 20년간 수백 명의 탈북자를 데려 왔다. 그들의 끔찍한 사연을 외면할 수 없어 북한의 폭정을 끝낼 수 있도록 말하는 기회를 주게 된 것이다. 너무 힘든 일이라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다. 기독교인이라 신에게 화도 내 보고 ‘왜 북한을 고통에 빠뜨리고 나한테 이런 막중한 일을 주었는지’ 질문했다. 기도 끝에 깨달았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의 마음을 찢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수많은 난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맡기로 결심했다.”

95년 귀순해 한국에 자리잡은 최주활 상좌(현 탈북자동지회 회장). [사진=중앙포토]

95년 귀순해 한국에 자리잡은 최주활 상좌(왼쪽, 현 탈북자동지회 회장). [사진=중앙포토]

-그동안 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취는 뭐였나.
“2004년 첫 번째 북한자유주간 행사였다. 처음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날 미국 전역에서 1000명이 넘게 찾아와 상·하원을 방문, 북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고 인권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는 탈북자들의 친구이자 옹호자가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현대사 최악의 폭정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므로.”

-북한자유주간에는 어떤 행사를 하나.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의회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중국 대사관에 항의하고 유엔 패널과 NGO를 만나는가 하면 철야 농성을 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국회 토론회와 비무장지대 풍선 보내기, 서울역 집회 등을 열었다. 북한에 자유와 인권, 존엄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마침내 2004년 북한 인권법이 미국에서 통과됐고 최근에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이 가결됐다.”

13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26일 오전 서울 종로에서 열린

13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26일 오전 서울 종로에서 열린 '북한여군들의 인권유린참상 규탄 집회'에서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물감이 담긴 물풍선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북한자유주간의 계획은 뭔가.
“올해 초점은 북 정권의 교체와 한국의 평화통일이다. 사람들은 항상 ‘북한 정권이 언제 무너질 것 같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내일’이라고. 김씨 정권은 무너지게 돼 있고 따라서 우리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북 정권의 붕괴와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위대한 자원은 바로 탈북자들 자신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움직임을 알리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며 우리가 그들의 안위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국내에서 최근 북한인권법이 11년 만에야 통과됐다. 당신의 공이 컸다.
“2002년부터 알아온 한 한국 외교관이 나보고 '당시에는 외로운 늑대였지만 지금은 많은 걸 얻었다'고 말하더라. 맞다. 지금은 북한이 반인권 범죄를 저지르며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논쟁의 여지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탈북자 단체를 돕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북한을 잘 알고 변화시키는 데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현재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압박 등에 대해 논란이 있다. 어떻게 보나?
“개성공단과 같이 북한 체제를 돕는 프로그램은 김씨 정권을 연장하고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확대시킬 뿐이다.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해 김정은에게 현금을 갖다 바치게 할 뿐이다. 나는 한국 정부가 사드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중국이 북한을 구제해 주는 걸 막는 데 사드가 압력이 될 것이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 2013년 임진각에서 미군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사진=뉴시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 2013년 임진각에서 미군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사진=뉴시스]

-요즘 한국의 10대는 통일이나 북한 인권 같은 주제에 관심이 없다.
“요즘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왜냐하면 통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이 학교나 교회 등에 탈북자들을 초청해 듣고 이런 이슈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다. 또한 어린이 탈북자들을 가르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 통일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한국의 10대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라오스와 중국 당국에 의해 압송된 9명의 탈북 청소년들(‘라오스 나인’)이 어떻게 됐는지 염려하고 있다. 이 사건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전세계에서 탈북자보다 더 잔인하게 취급되는 난민은 없다. 그들이 단지 DMZ 남쪽이 아니라 북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10대 고아들이 인신매매단에 팔리고 중국 국경수비대에 맞으며 엄청난 고초를 겪고 있다. 이들이 바로 여러분일 수도, 내 아이일 수도 있다. 제발 그들을 돕자.”

인터뷰=오영란·최윤서(매산여고 3)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매산여고지부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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