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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언급한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0% 돼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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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한국형 양적완화’를 언급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경기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한국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답할지 주목된다.박 대통령이 언급한 양적완화는 일반적인 의미와는 궤과 다르다.

통상적인 의미의 ‘양적완화(Quantative EasingㆍQE)’란 ①중앙은행의 기준 금리가 0%라서 더 낮출 수 없을 때 ②중앙은행이 국채를 사서 돈을 푸는 것으로 ③비전통적 방법으로 불리지만 ④미국에 이어 일본ㆍ유럽까지 가세한 무차별적 금융 정책이다. 한국의 현재 기준 금리는 1.5%로 제로금리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다.

QE의 아버지는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수장이었던 벤 버냉키 전 의장이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 재직 당시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20년 넘게 연구한 버냉키 전 의장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양적 완화를 밀고 나갔다. 1930년대 미국 중앙은행이 무리하게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미국 경기가 더욱 곤두박칠쳤다는 분석에서다. 헬리콥터 벤이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시장에 자금을 무제한적으로 풀었다는 의미였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조기에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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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정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중앙포토]

아베신조 일본 총리 또한 버냉키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2013년 12월 집권하자마자 시중 금리를 0%로 낮추고 ‘무제한적 금융 완화’를 선언했다.

미국ㆍ일본의 QE와 달리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살 수 있도록 규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한다는 게 골자다. 시중금리를 0%로 낮추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을 매입해 산업은행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지만 야당에서는 한국형 QE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강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양적완화 발언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같은 당 박지원 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정부ㆍ여당이 기업에 돈을 찍어서 주면 대기업이 실업을 해소한다는 모호한 말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를 늘리지 실업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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