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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통할 때는 통하더라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한의학에선 기의 원활한 흐름을 중시한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通卽不痛)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不通卽痛)고 본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막힘이 없어야 한다. 이때 편히 쓰는 말이 ‘~을(를) 통해’이다. 어떤 것을 이용할 때, 무엇을 매개로 하거나 중개하게 할 때, 중간에 다른 경로나 과정을 거칠 때 요긴하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

“조세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청년 고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의 경우 한 문장에 ‘통해’가 두 번 나온다. “조세개혁을 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청년 고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로 수정하면 중복을 피할 수 있다. “조세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 뒤 청년 고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로 고쳐도 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받고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해 결과를 알려 준다”도 ‘통해’를 남용한 사례다.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받고~” “~전화나 메일 등으로 결과를 알려 준다”와 같이 한쪽만 바꾸거나 아예 둘 다 바꿀 수 있다.

“골목길·축대·상하수도 정비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났다”의 경우엔 ‘~을 통한’을 빼야 ‘~을 통해’로 연결해도 어색하지 않다. “골목길·축대·상하수도 정비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났다”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말을 통해~” “기자회견을 통해~” “보고서를 통해~” “행사를 통해~” 등도 습관적으로 쓰는 문구다. “인사말에서~” “기자회견에서~” “보고서에서~” “행사에서~”로 적절히 바꾸는 것도 요령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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