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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가자미식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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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얼마 전 한식과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융·복합 체험 공간 ‘K-스타일 허브’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는 우리 음식뿐 아니라 북한 음식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북한음식연구소에서 만든 가자미식해 등이 소개된다고 한다.

여기서 ‘가자미식해’를 처음 들어본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보통 알고 있는 ‘식혜’는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달콤한 전통 음료다. 그렇기 때문에 ‘식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생선 ‘가자미’를 넣어 식혜를 만들다니, 무슨 괴이한 맛이 날까 하는 상상에 빠질 법도 하다. 그러나 ‘식해’는 ‘식혜’와 발음과 표기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요리다.

‘식해’는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을 말한다. 따라서 ‘가자미식해’는 몸이 납작하게 생긴 생선인 가자미와 밥알을 숙성시켜 젓갈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식해’와 ‘식혜’를 혼동하다 보니 ‘가자미식혜’로 잘못 적는 경우도 있다.

한편 북한에선 ‘가자미’가 아닌 ‘가재미’를 표준어로 쓰다 보니 함경도 음식인 ‘가자미식해’를 ‘가재미식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1992년 국어심의회에서 북한의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는 남한의 어문 규범에 따라 표기한다고 결정했다. 북한의 고유명사도 우리말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를 표기할 때에도 한글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재미식해’가 아닌 ‘가자미식해’로 써야 한다.

간혹 ‘가자미 식해’와 같이 띄어 쓰는 경우도 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오른 하나의 단어이므로 ‘가자미식해’처럼 붙여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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