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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고강도 운동 탓 엉덩관절 손상…무릎·허리 통증도 일으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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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젊은층 고관절 질환
고관절(엉덩관절)은 우리 몸의 중심에서 체중을 버티고 몸을 유연하게 한다. 강한 뼈와 근육에 둘러싸여 어지간해서는 고장나지 않는다. 하지만 심한 운동을 즐긴다면 젊을 때부터 고관절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고관절 질환 증상과 운동 시 주의점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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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6cm, 몸무게 83kg의 건장한 체격인 이종선(31·서울 강동구·가명)씨는 축구와 사이클을 즐기는 운동광이다. 건강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사타구니 쪽이 불편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할 때 허리와 무릎 통증도 심해졌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병명은 고관절 충돌 증후군(대퇴비구 충돌 증후군). 이미 손상이 진행돼 이씨는 할 수 없이 관절내시경 수술을 해야 했다.

고관절 손상되면 다른 관절 질환으로 악화

고관절은 절구에 절굿공이를 넣은 모양이다. 골반에 움푹 파인 곳(비구부)에 뭉툭한 허벅지뼈 윗부분(대퇴골두)이 파묻혀 있다. 이를 비구순·관절막·인대 같은 연부 조직이 단단하게 매어 있다. 이 때문에 튼튼하고 몸 깊숙한 곳에 있어 웬만한 충격도 버텨낸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는 “고관절 연골은 무릎·발목관절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관절염을 앓을 확률도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튼튼한 관절도 평생 가지 않는다. 다른 관절과 마찬가지로 고관절도 쓸수록 닳는다. 문제는 고관절이 어깨나 무릎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통증도 애매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무릎과 허리 통증을 유발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콩팥이 아프면 등이 아프듯 고관절이 다치면 연결된 신경을 자극해 다른 곳까지 연관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최근엔 젊은 나이에 고관절이 손상돼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노재휘 교수는 “요가·사이클·스쿼트 등 고관절의 가동 범위가 크고 강도 높은 운동이 대중화하면서 환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런 ‘젊은 고관절 질환’은 조기 퇴행성 관절염이나 몸의 불균형을 유발해 다른 관절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어릴 때 운동 많이 할수록 확률 높아

젊은층에 가장 흔한 고관절 질환은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과 음주로 인한 대퇴골두 무형성 괴사증이다. 그밖에는 운동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게 고관절 충돌증후군이다. 대퇴골두와 비구가 서로 맞지 않아 충돌해 비구순·연골이 손상되는 병이다. 움직일 때 고관절 부위가 뻐근하고,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안으로 돌리거나 책상다리를 할 때 통증이 생기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

허리나 무릎이 아파 치료를 받았는데도 낫지 않으면 고관절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실제 고관절 충돌 증후군에서 무릎·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각각 27%, 23%라는 연구가 있다. 이 교수는 “어릴 때부터 심한 운동을 시작한 경우 이 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고관절을 크게 구부리는 스쿼트를 할 때 주의해야 한다. 유연성을 강조하는 요가·발레도 마찬가지. 지속적인 고관절 탈구(관절이 빠지는 현상)는 고관절 충돌 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걷거나 뛸 때 다리와 골반 사이에서 ‘딱’ 하는 소리가 들리면 발음성 고관절 증후군을 의심한다. 발음성 고관절은 고관절 부위의 힘줄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뼈와 점액낭(물주머니)과 마찰하면서 발생한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는 사이클이나 스피닝에서 흔하다. 이상근 증후군도 있다. 다리를 바깥쪽으로 돌리는 작은 근육인데 사이클에서 페달을 잘못 밟거나 안장 높이가 달라지면 평소 쓰지 않던 이 근육이 압박을 받아 커지거나 굳는다. 이때 다리 쪽 신경이 눌려 허벅지나 무릎이 저리거나 아프다. 이 교수는 “사전에 충분한 스트레칭과 점진적인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군대에서 고관절 질환 앓는 경우 많아

군대에서 고관절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지면 대퇴골두 연골하 피로골절을 의심한다. 노 교수는 “신병 훈련소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같은 활동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이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고관절 질환 진단에는 X선·CT·MRI 등이 사용된다. 노 교수는 “고관절은 X선 영상이 겹쳐 보일 수 있다”며 “형태 변형과 조직 손상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소염제나 진통제 등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만 심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엔 스테로이드 주사나 절개 범위가 큰 수술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관절 내시경을 이용해 변형을 교정하고 통증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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