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사진관] 자전거로 도시 위에 그림 그리는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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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사이클리스트

GPS의 궤적을 이용해 대지 위에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빅토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자전거 애호가 스티븐 룬드.

그는 GPS를 장착한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캐나다 빅토리아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변의 거리를 돌아다닌 후 그 기록을 자전거 SNS인 스트라바(http://strava.com)에 업로드를 한다. 보통 자전거 경로를 지도위에 보여주는 이 사이트에서 스티븐 룬드의 GPS궤적은 글씨나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된다.

광선검을 든 다스 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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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드는 지도 위의 길을 보며 사물을 떠올리고 상상 속에 그림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한 후 자전거를 몰아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그는 11km의 키를 가진 기린과 다스베이더, 티라노사우루스를 지도 위에 창조해 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GPS 낙서(doodle)'라고 부른다. 그림 자체만으로 조금 엉성하기도 하지만 실제 도로를 연결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은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한다.

2015년 처음으로 GPS 궤적을 이용해 만든 ‘HAPPY 2015`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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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드는 지난 2015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HAPPY 2015'라는 간단한 메시지로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점점 정교하게 만들어 결국 복잡한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평균 70km를 자전거로 달렸고, 가장 긴 작품은 220km를 달려 완성한 ‘샐리 바다의 사이렌’으로 자전거가 망가지는 바람에 이틀간 총 3대의 자전거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룬드는 'GPS 낙서’를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2000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다. 일반적인 자전거 동호인의 1년 누적 라이딩 거리가 5000~10000k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달린 셈이다.

이런 재미있는 GPS 낙서가 화제가 되면서 룬드는 TEDx 빅토리아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도시 전체는 거대한 캔버스이고 자신의 자전거는 주황색 붓이다”라며 “도시를 탐사하고 창조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내가 자전거를 즐기는 이유”라고 말한다.

스티븐 룬드의 홈페이지 |https://youtu.be/OsMMysaZRyg
스티븐 룬드의 TEDx 빅토리아 강연 동영상 |https://www.strava.com/athletes/6202092

스티븐 룬드의 스트라바 계정 | http://gpsdoodles.com/

글=김성룡 기자 , 사진=스티븐 룬드 스트라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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