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0대가 말하는 나의인생 나의건강|홍창섭씨<80.국회의원동우회부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평일 상오8시쯤 서울 잠실에서 신설동으로 향하는 만원 시내버스 안에서 젊은이들의 좌석양보도 굳이 사양한 채 손잡이를 잡고 꼿꼿이 서있는 노익장의 80노인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양 홍창섭옹(80·국회의원동우회부회장)이 매일 상오 8시반에 어김없이 신설동에 있는 의원동우회사무실에 출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로 만여든을 넘긴 노인이 젊은이들의 작은 예의를 사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 40년간 행정한다, 정치한답시고 승용차만 타고 다녔으니 육신이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졌을 것 아니오. 이제 필부의 상태로 돌아갔으니 당연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고 적당한 운동겸해서 선채로 몇십분을 있게 되니 자연 신체 건강에도 좋고….』
게다가 만원버스에서 젊은 인생들과 어깨도 부딪고 밀고 밀리는 가운데 마음 또한 저절로 젊어지니 노소동락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젊은이들과 대화할 때도 꼭 경어를 쓴다.
춘천농고를 나온 농업기술자로 관계에 들어와 해방과 함께 삼척군수를 시발로 원주군수· 춘천시장·강원지사·2, 3, 8, 9대 국회의원을 지낸 해양은 파란만장했던 국내정계의 산증인으로 강원지사시절이던 60년에는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78년9대 국회를 끝으로 일선에서 은퇴, 현재 의원동우회부회장과 남양홍씨 중앙종회문장으로 일선시절과 다름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년과 같은 건강으로 활동을 계속하는 비결이 무어냐는 질문에 『우선 타고난 건강이 중요하지만 과음·과식·과로·과색의 사과를 피하고 될 수 있으면 화를 내지않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소』라고 평범한 대답이다.
신장1백75㎝에 80㎏의 체중으로 다혈질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해양이지만 예상보다는 화를 잘내지 않고 살아왔단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고 술은 요즘도 맥주1병 정도는 거뜬히 마신다고 털어놓는다.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해양은 작년 7월부터 10월까지 미국에 있는 자손들을 만나러 보스턴·뉴욕·LA 등지를 둘러볼 만큼 체력을 과시했다.
슬하에 2남5녀를 둔 그는75년 부인과 사별한뒤 현재의부인(67)과 재혼, 잠실 시영아파트에서 살고있다.
몇년후 부터는 본격적으로 초야에 묻혀 농사일을 할 계획이라고 미래지향적인 포부를 밝히는 해양은 요즘도 가끔 장남이 경영하는 목장을 찾는다.
(글 윤재석기자|사진 김동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