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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너무 충격적" 대책없는 삽질에 신음하는 문화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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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O] 문화재 훼손/ 대책없는 삽질에 신음하는 문화재

#1
역사문화관 세우다가 문화재 훼손?
경북 경주 황룡사 역사문화관 신축 공사 도중 신라시대 유구(遺構)*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황룡사에서 150m 떨어진 이 일대는 문화재 지정구역으로 터 파기 공사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옛 건축물의 구조, 양식 등을 알 수 있는 흔적
사진설명: 황룡사 목탑터

#2
하지만 시공 업체는 문화재청 허가 없이 2016년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역사문화관 주변의 석축 및 배수로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도중 굴착기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적심석(초석과 함께 건물 밑바닥에 까는 돌)을 건드린 것.
사진설명: 황룡사지 터

#3
경주시는 지난해 역사문화관의 석축(돌로 쌓은 옹벽)을 추가 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2016년 6월로 예정된 역사문화관 개관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문화재청에 추가 시공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사진설명: 황룡사 발굴현장

#4
현장은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보존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조사에 나갔던 대학교수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눈을 감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 결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에 소중한 유물이 피해를 입은 셈. 그러나 40여년 전 이보다 더한 상황도 있었다.
사진설명: 2010년 4월 6일, 황룡사지터에서 수습된 돌무더기들

#5
우연히 발견된 ‘백제 무령왕릉’
1971년 7월 5일, 충남 공주 백제 송산리 6호분 주변에서 배수로 공사 중이던 한 인부의 삽 끝에 오래된 벽돌 하나가 걸렸다. 벽돌무덤 무령왕릉이 1450여 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진설명: 충남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 위치한 무령왕릉(왼쪽 큰 봉분)과 6호분(입구 보이는 능)

#6
20세기 고고학계 발굴 최대 사건
무덤 내부에서는 왕과 왕비의 금제 관 장식, 청동거울 등 6세기 웅진(공주 옛 이름)시대 백제 정치·사회·문화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29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특히 무덤 주인을 알 수 있는 묘지석이 발견됐는데 이는 연대가 명확하지 않았던 다른 삼국시대 문화재의 연대를 규정짓는 기준점이 돼 그 가치가 더욱 높았다.
사진설명: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금제관식

#7
그러나 한 신문을 통해 공주에서 새로운 왕릉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현장에는 취재진과 지역 주민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게다가 당시 학계의 발굴 역량은 부족했고 진귀한 유물이 훼손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설명: 1971년 7월 8일, 무령왕릉 개봉 앞서 제사 지내는 발굴단

#8
최악의 졸속 발굴
1971년 7월 8일 오전 발굴팀은 북어와 수박 한 덩이를 올려놓고 제를 올린 뒤 무덤 입구를 막고 있던 전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발굴 계획을 세웠어야 했지만 발굴 과정이 생중계 되는 등 달아오른 분위기 탓에 발굴이 아닌 ‘파헤치기’가 됐다. 그렇게 발굴 작업은 묘실 개봉에서 유물 수습까지 단 17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사진설명: 무령왕릉 묘실로 이르는 문이 드러났다

#9
무덤이 갖는 역사적, 문화재사적 가치에 비해 발굴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이뤄졌다. 당시 무령왕릉 발굴에 참여했던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룻밤 만에 무덤 유물들을 모두 수습하다 보니 식물 잔뿌리에 뒤얽힌 채 흩어진 금붙이와 구슬 등의 숱한 미세 유물들은 실측·촬영도 하지 않은 채 모삽 등으로 자루 속에 쓸어 담았다”고 회고했다.
사진설명: 입구 노출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무령왕릉

#10
2010년, 국립공주박물관은 졸속발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의미로 발굴 35년만에 새로운 무령왕릉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령왕릉 졸속 발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문화재 보존 실태. 오랜 시간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만큼 우리도 차분히 그 가치를 들여다봐줘야 하지 않을까?
사진설명: 단장한 무령왕릉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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