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또 연기됐다고?"…배상금 신청자들 분통

미주중앙

입력

"도대체 언제 준다는 거야. 이번이 몇 번째야. 진짜 주긴 주는 거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노선 항공요금 담합 집단소송 배상금 지급이 또다시 늦춰졌다는 소식에 신청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 집단 소송과 관련한 공지 및 청구서 처리 등 모든 사안을 처리하는 화해관리기업, 러스트컨설팅(Rust Consulting) 측은 21일 대한항공 승객 반독점 소송화해 웹사이트(https://koreanairpassengercases.com/korean) 영어본을 통해 4월에 하기로 한 배상금(현금+쿠폰) 배분을 5월 말께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짜로 업데이트된 웹사이트 내용에 따르면 '배상과 쿠폰 교환을 위한 웹사이트 구축과 관련해 기술적 문제가 있다. 배분 작업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5월 말께나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분 날짜가 정해지면 추가 업데이트하겠다'고 게시돼 있다.

애초, 러스트컨설팅 측은 지난 2월11일자 웹사이트 업데이트를 하며, 배상금이 4월에 지급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연방법원 가주중부지법의 제임스 오테로 판사가 배상금 배분 안을 승인하면서 러스트컨설팅은 4월에 현금과 항공권 쿠폰을 검증된 신청자들에게 우편으로 전달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러스트컨설팅은 지난해에도 본지 문의에 답하면서 '청구서 검증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늦여름께는 우편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지난 2009년 제기된 집단소송이 2013년 12월 2일 총 8600만 달러(대한항공 6500만 달러+아시아나항공 2600만 달러)의 배상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그 후로도 벌써 2년4개월째 변죽만 울리고 있는 셈이다.

배상금 신청자들은 소송화해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러스트컨설팅 측의 무성의한 정보제공과 '원죄'가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의 '나몰라'라는 식 태도에도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당장, 이번 배상금 지급 연기 소식도 웹사이트의 영어본에는 올라 있지만 한국어본에는 21일 오후까지도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사이트에는 궁금한 사항을 문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화 연락처조차 없다. 1-888-261-1921로 남은 번호로 전화를 하면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을 영어와 우리말로 단순 되풀이할 뿐이다.

e메일(info@KoreanAirPassengerCases.com) 문의에 대한 회신도 드물다. 사이트에 올라 있는 3곳 로펌에 연락해도 변호사와의 통화가 어렵다. 이번 소송이 국적기 미주노선 가격 담합으로 인한 것임을 감안하면 7만 명의 배상금 신청자 대부분이 한인일 수밖에 없는데도 한국어 문의처가 전혀 없어 로펌들이 정작 고객에게는 너무 무관심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 반응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두 항공사 모두 '우리는 배상금을 이미 관계회사에 줬기 때문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다.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8500만 달러의 큰 돈을 맡겼는데, 그 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관심조차 없는 셈이다. 또한 배상금 지급 대상이 결국 양사의 고객임을 감안하면,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너무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김문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