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반도체싸움 개전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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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관리들은 미국과 일본간에 새로운 대규모 무역분쟁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분쟁은 고도기술집약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수십억달러규모의 반도체분야가 포함된다.
미국측 무역협상자들은 이같은 새로운 분쟁이 미국과일본간에 있었던 자동차·철강·텔리비전및 기계공구분야처럼 추잡한 싸움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에 있는 미국관리들은일부 미국반도체 제조업자들이 이미 일본산반도체제품의 대미수출에 쿼터를 설정할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비록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와 모토롤러사가 아직까지 세계최대의반도체 메이커들이며 이외에 미국의 소규모 벤처캐피틀회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자회사들속에 포함되고있다 할지라도 값싼 일본제 반도체들의 홍수로 미국의 관련산업이 피해를 보게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미국관리들은 일본회사들이 생산능력을 너무 급속히 늘리고 있음을 일본측에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정부와 전자산업계에 다같이 확장계획을 줄이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차원의개입은 「레이건」행정부의 정책에 어긋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관리들은 무엇인가 말하지않을수 없다고 느끼고있다.
「클라이드·프리스토위츠」미상무성고문은 『반도체 분야에서 덤핑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면 미국은 이를 일본에 얘기해서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프리스토위츠」 씨는 일본반도체메이커들의 생산능력확장계획 발표를 근거로 일본메이커들이 앞으로 5년안에 전세계반도체의 수요를 충당할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관리들은 일본측에 이문제에관해 가능한한 빨리해답을 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관리들은 미국측이 이미 일본측의 대답을알고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모든 결정은 기업체에서 내려야할 문제이며 모든것은 자유경쟁에 기초를 두고 다루어져야 한다』고 통산성의 한관리는 말했다.
일본기업들이 너무 많은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깨달으면 그들 스스로가 계획을 축소할 것이라고 일본관리들은 믿고있다.
어쨌든 일본관리들은 반도체분야의 무역수지가 일본측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올해초 반도체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일본은 반도체의 대미수출을 계속 늘려 나갔으며 미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17%선에서 유지했다. 반면 미국의 대일수출은 금년초에 급속히 감소했으며 현재 일본에서의 시장점유율은 10%선이다.
그러나 일본관리들은 일본내에서 미국기업들의 반도체생산량이 미국내에서 일본기업들의 생산량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지생산은 무역통계에서 잡히지 않기때문에 만약 이를감안한다면 미국의 일본시장점유율은 일본의 미국시장점유율과 같은 수준이 될것이라고 맞서고있다.
미국관리들은 일본측이 이 문제를 주요의제가 될 때까지 묻혀 둘까봐 걱정하고있다.
반도체 제품이 다양해서 미국이 비록 몇몇 첨단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명실공히 반도체산업의 기초가되고 수요가 가장 많은 메모리 칩분야에서는 단연 앞서고 있다. 『반도체 경쟁은 끝났다. 미의회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일본은 계속 이긴다. 시간문제다』고 익명을 요구하는 한 미국관리는 말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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