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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개원」실마리가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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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신민당간의 강경대치로 좀채 실마리가 폴릴 것 같지않던 12대 국회개원협상이 청와대 여야고위회동과 김대중씨의 「결심」으로 인해 돌파구가 열릴 것 같다.
양측이 정면대결을 피하고 이처럼 융통성을 발휘하게 된 것은 협상결렬후 10여일 동안의 냉각기를 통해 여야모두가 국회부재상태에대한 국민여론의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정·신민당은 그동안 현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위한 내부결속과 전략을 다지는 한편 상대방의 태도변화와 국민여론의 흐름을 주시해 왔다.
민정당의 중집위와 신민당의 의원총회가 결정한 양당의 당론만 보면 협상의 조기타결 전망은 상당히 어두워 보였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두환대통령의 방미귀국을 계기로 민정당으로서는 더이상 국회부재상태를 방치할 수 없음은 물론, 방미성과의 국내적 극대화를 의해서도 뭔가 돌파구를 열어야 할 입장이 된 셈이다.
신민당 역시 개원에 전제조건을 붙인 나머지 국회를 외면하고 있다는 국민여론을 강하게 의식함에 따라 무한정 전제조건의 관철만을 밀고 나가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던게 사실이다.
민정당은 지난번 중집위에서 김대중씨의 사면·복권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걸고 들어오는 것은 김씨의 범법행위를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이는 곧 제5공화국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이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사면·복권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숙과 개전의 정이 전제되고 통치권자의 관용이라는 차원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 이루어져야한다는 3가지 원칙을 정립했다.
민정당이 강경대처쪽으로 선회한데는 김대중·김영삼씨의 영향력과 이들의 영향을 직접받는 신민당의 체제도전템포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경계심에서 나온듯 하다.
특히 김대중씨의 최근 공·사석의 담론과 연설이나 김영삼씨의 시국진단이 현정부를 무위무능하다고 몰아가는데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런판에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면·복권을 단행하면 양보가 다시 양보를 낳고 그것은 곧 광주사태시비등으로 걷잡을 수 없게 파급되리라 우러한 것 같다.
그러나 신민당은 민정당의 논리를 근본부터 뒤집는 데서 문제접근을 해왔다. 이를테면 사면·복권은 당연히 해금에 뒤따라야할 후속조처이며 총선민의가 해금을 앞당겼듯이 민의를 수렴한다면 하루빨리 사면·복권을 단행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또 사면·복권과 양심수 석방은 신민당이 앞으로 요구할 수많은 문제중 최소한의 요구에 불과하며 이 정도도 해결해 놓지않고 국회에 들어가봐야 국회가 무슨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민정·신민당이 이런 논리의 대립에서 한발짝씩 물러나 협상에 융통성을 보인 것은 피차 자기의 논리가 상대방의 논리를 압도할 만큼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민정당은 국회부재현상이 신민당과 두 김씨 때문이라는 여론조성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며 이런 논리가 여론에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민정당의 주장에는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국정의 1차적 책임은 집권당에 있으며 집권당이 강경대처만 한다는 것은 곧 경직성과 정치력부족을 의미한다는 지적을 면하기가 어려웠다.
또 신민당내 온건세력이 아무리 국회를 열자는데 동조하더라도 김대중·김영삼씨의 뜻을 정면에서 거스르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됐으며 민정당내에도 『두 김씨간의 공정한 기회부여』와 『신민당의 자생력을 위해』 사면·복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히 있음을 간과할 수 없었다.
버티면 뭔가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신민당의 고집도 국민여론앞에는 한풀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신민당의원들이 지역구민과 주변으로부터 『신민당 주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국회에 들어가서 토론하라』는 여론을 전해듣고 이들 두 김씨와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특히 김대중씨는 국회개원지연의 책임이 상당부분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데 대해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여당도 김대중씨의 측근에게 정부·여당의 입장과 결의를 상당히 심도있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겼다.
이를테면 김대중씨의 사면·복권문제가 국회개원의 전제조건으로는 절대 풀릴 수 없으며 피차가 신축성과 냉정을 찾지 않으면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해결이 어렵다는 점과 정부·여당의 호혜적 신축성에 대해 설명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씨로선 대통령의 방미전 국회개원을 좌절시킨 자신의 영향력이 정부·여당이나 국민들에게 역기능적으로 더욱 부각되는 국면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씨가 1일 민추협회의에서 『내 문제를 협상에서 제거하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삼씨는 『우리의 해금을 국민들이 시켰듯이 이미 국민들은 김대중씨가 사면·복권이 된 정치지도자로 생각하고 있으니 형식문제에 굳이 구애받지 말라』고 조언했고 이민우신민당총재는 『신민당은 계속 사면·복권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다루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총재는 『국회가 열리고 안열리고가 두 김씨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구체적으로 민정·신민당의 태도변화를 결정지은 것은 30일 노신영총리·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등이 참석한 정부·여당수뇌회담에서 기본방칙을 세우고 이것이 김동영 신민당총무와 조연하부총재 및 김상현씨등 동교동계 참모등을 통해 김대중씨에게 전달됨으로써 타결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회의 문이 열리기까지는 여야모두가 밟아야할 몇 단계의 절차가 있어 신민당같으면 정무회의나 의원총회에서 약간 시끄러울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신민총재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김대중·김영삼씨와 약간의 신경전을 벌였으며 그러한 불협화분위기의 해소를 위해 두 김씨계 의원들과 폭넓은 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김동영총무 역시 『아직은 분위기만 약간 바뀌었을 뿐이지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면 어떤 마찰이 생길지 모른다』며 경계자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민정당이 어떡하든 정국은 두 김씨가 푸는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정당 역시 조심스런 낙관속에서도 아직까지는 신뢰의 바탕이 약한 여야관계라는 점에서 협상재개에 임하는 자세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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