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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야수 몰아세우기’ 시프트 대유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야수들을 한쪽 구석에 배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수비 시프트’ 제도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주로 1~2루간 야수 집중 배치
깊숙한 안타성 타구 많이 잡혀

주로 밀어치기보다 당겨치기를 선호하는 왼손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때 상대팀 내야수들은 잡아당기는 타구에 대비하기 위해 3루수의 경우 유격수쪽으로, 유격수는 2루 베이스, 2루수는 우익수쪽, 1루수는 베이스에 바짝 붙는 전진수비 대형을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시프트 형태로 자리잡았다.

왼쪽 절반 지역은 텅 비워둔 채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타자가 치사하게(?) 3루 방면으로 기습번트를 댈 경우에는 투수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우타자가 들어서면 반대의 경우도 가끔 볼수 있다. 내야수들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이유는 최근 안타를 하나라도 덜 허용하고 한점이라도 적게 내주려는 ‘짠물 야구’가 유행하는 탓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을 역임한 TV 해설가 케빈 케네디 (61)는 “홈런왕 배리 본즈·프린스 필더·애덤 던·데이비드 오르티스·카를로스 곤살레스와 같이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좌타자들은 대부분 발이 느려 시프트 수비를 적용할 경우 효과가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시스템 자체는 선호하지만 이같은 변칙 시스템을 남발하게 되면 수비진의 집중력이 무너지고 상대팀이 다양한 작전으로 이를 역이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승부처에서 가려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 충고했다.

다저스의 포수 AJ 엘리스는 “내 경험상 당겨치는 오른손 타자가 등장했을때에는 1루 베이스를 비워둘수 없어 시프트에 제한이 생긴다. 이럴 경우 1루 베이스는 정상적으로 지키는 ‘부분 시프트’가 불가피한데 그럴 바에 원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주자가 있을 때는 견제도 잘 안되고 쉽게 도루를 허용할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크다”며 “다만 플레이 하나에 승부가 결정나는 9회 또는 연장전에서 내야수를 5명까지 늘리는 것은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월트 와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52)은 “스즈키 이치로처럼 세이프티 번트에 능하고 발이 빠른 좌타자가 나오면 시프트가 제대로 먹히기 어렵다. 나는 복잡한 시프트보다 안정감 있는 정상 수비 대형을 선호한다. 특히 우리팀 홈구장인 덴버의 쿠어스 필드는 공기저항이 적은 ‘투수들의 무덤’이라 땅볼이 잘 안 나오고 플라이 볼이 많아 시프트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라 설명했다.

갈수록 포지션별 전문성이 중시되는 빅리그에서는 확실히 예전보다 시프트가 자주 시행되고 있다. 공이 내야에 머물 경우 필드를 완벽히 방어하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확률 게임’을 벌이는 것이지만 투수·포수가 개인적으로 야수들에게 이를 강요하진 못하고 감독·코치가 직접 지시해야 한다.

사이버메트릭스 야구통계를 신봉하는 조 매든(시카고 컵스)·벅 쇼월터(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시프트를 애용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며 한국의 경우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던 이만수 전 SK감독이 시프트를 자주 선보였다. 최근에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대표적인 애용자로 손꼽힌다.

볼티모어의 신인타자 김현수(28)는 자신의 빅리그 데뷔경기인 지난 10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우전안타성 타구를 도둑맞는 시프트의 희생자가 됐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무려 216차례의 시프트를 구사, 85점(메이저리그 1위) 어치의 안타를 막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양키스의 거포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조 소속인 탬파베이와의 경기때마다 시프트 시스템에 농락당하자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졌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또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왕년의 강타자 겸 스위치히터 닉 스위셔는 “타자 입장에서 시프트를 보면 마치 한쪽에 15명 가량의 야수가 몰려있는 착각을 느끼며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다저 스타디움=LA중앙일보 봉화식 기자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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